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피말리는 45일 자금조달 계획은?

by신정은 기자
2017.01.16 18:28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금호타이어(073240) 채권단이 1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를 선정했다. 본입찰 마감후 닷새만이다. 당초 13일 발표 예정이었지만 돌연 연기하면서 다소 지연됐다.

우리은행·KDB산업은행·KB국민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조만간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에게 이번 본입찰의 가격과 조건을 통보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협상대상자와 같은 조건에 먼저 회사를 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 행사를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건 박 회장이 그로부터 45일 내에 자금 조달방안과 계약금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후 잔금까지 납부해야 금호타이어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 만약 박 회장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인수 자격은 중국 기업으로 넘어간다.

매물로 나온 금호타이어 지분 42.01%는 지난해 9월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가치가 약 1000억원정도 줄어들었다. 13일 종가 기준 지분 가치는 6132억원 규모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조원 안팎에서 매각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 역시 1조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우선매수권을 제3자에게 양도·지정하거나 제3자와 공동으로 행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박 회장이 이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방법으로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가장 유력하다. 개인적인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당시 12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고 나머지 6000억여원을 차입과 자본유치로 조달해 현재 부채부담이 크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SPC를 설립하면 당초 인수전에 관심이 많았던 중국 캠차이나(Chemchina·중국화공그룹)가 이에 출자하고 일정 비율의 지분을 갖을 것으로 보고 있다. 켐차이나는 지난해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 피렐리를 인수한 화학기업이다. 박 회장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금호타이어 투자를 통해 중국 생산공장과 영업망을 손에 쥘 수 있다.

박 회장은 물론 켐차이나 외에도 추가적인 재무적투자자(FI) 유치가 필요하다. 오랜시간 금호타이어 인수를 준비했던 박 회장은 그동안 물밑으로 지원군을 찾아다녔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자금 조달에 NH농협은행이 도움을 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합병(M&A) 당시 NH투자증권이 우군으로 나선 바 있는데, 같은 그룹에 규정상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 박 회장이 지금까지 쌓아온 재계 인맥들이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의 사촌동생인 박명구 금호전기 회장과 사돈인 대상그룹 등도 언급되고 있다.

다만 박 회장이 무리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때처럼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 2010년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다. 이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본입찰과 관련된) 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채권단 일정에 맞춰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