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유임 속 40대 대거 중용…현대차그룹, '안정 속 쇄신' 인사

by정병묵 기자
2025.12.18 15:08

18일 정기 인사…사장 4·부사장 14·전무 25·상무 176명
R&D본부장·제조부문장 승진 임명…SDV 전환에 힘 줘
신규 상무 중 40대 비율, `20년 24%서 절반 가까이로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가량 R&D 등 주요 기술 분야

[이데일리 정병묵 이배운 기자] 현대차그룹이 올해 인사에서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유임한 가운데, 미래차 혁신 분야에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대미 수출 관세 리스크가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 리더십을 흔들지 않고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미래차·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새 얼굴을 앉혔다. 기술 중심 40대 젊은 임원들의 대거 중용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연구개발(R&D) 및 핵심기술 경쟁력 강화 중심 인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사장 4명,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선임 176명 등 총 219명이 승진했다. 작년보다 20명이 줄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우선 현대차·기아 R&D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사장(53세)이 새로 승진 임명됐다. 독일 출신 하러 사장은 약 25년간 아우디, BMW, 포르쉐, 애플 등을 거친 차량 전문가다. 작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이후 R&D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차량의 기본 성능 향상을 주도했다. 짧은 시간에도 현대차·기아만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계 외국인 제외 6번째 외국인 사장이다.

현대차·기아 제조부문장인 정준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정 사장은 완성차 생산기술을 담당하는 제조솔루션본부와 수익성과 공급망 관리의 핵심인 구매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 구축에 속도를 내고 로보틱스 등 그룹의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대차(005380) 국내공장을 총괄하는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도 새로 임명했다. 제조기술 엔지니어링에 정통한 현대생기센터 최영일 전무(60세)를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2명 사장 승진자를 SDV 체계 전환의 핵심 포지션에 발탁하고 엔지니어링 전문가를 국내생산 담당으로 임명, 미래차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북미 시장지배력을 강화한 공로로 기아(000270) 북미권역본부장 윤승규 부사장(59세)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어려운 경쟁 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8%가 넘는 소매판매 신장을 이뤄낸 성과를 인정받았다. 기아는 송호성·최준영 사장에 이어 사장이 총 3명이 됐다.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에는 생산본부장 이보룡 부사장(60세)이 사장으로 승진 임명된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아온 서강현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한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40대 리더를 전면 배치했다. 올해 상무 승진자의 절반이 40대다. 2년 연속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리는데 기여한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지성원 전무(47세)가 40대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상무 신규선임 대상자 중 40대 비율도 지난 2020년 24% 수준에서 올해 절반 가까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상무 초임의 평균 연령도 올해 처음 40대로 진입했다. 80년대생 상무는 조범수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42세)과 권혜령 현대건설 플랜트기술영업팀장(45세) 등 총 12명이 신규 선임됐다.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 가까이가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발탁·승진했다. 특히 배터리설계실장 서정훈 상무(47세)와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 김덕환 상무(48세) 등 그룹의 핵심 미래전략과 직결된 부문에서의 인재 발탁에 집중했다. 현대차그룹의 싱크 탱크인 HMG경영연구원 원장에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과 신용석 교수(50세)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로템·현대위아·현대오토에버·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은 모두 유임됐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64세)은 3연임에 성공하며 그룹 내 ‘최장수·최고령 CEO’ 타이틀을 유지했다. 2017년 현대차증권부터 치면 9년째 CEO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압도적 SDV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