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 ‘SM5 클래식’의 재발견

by김학수 기자
2017.04.13 16:00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2017 서울모터쇼 기간 중 국내 자동차 미디어 관계자를 대상으로 르노삼성자동차의 모든 차량을 시승해볼 수 있는 ‘서울모터쇼와 함께 하는 르노삼성자동차 전 차종 시승회’를 개최했다.

보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시승 행사를 한다면 하나의 차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의 행사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가 현재 판매중인 모든 차량들이 준비되는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관계자는 “시장의 경쟁자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정신에 따라 ‘처음으로 전 차종 시승회’를 준비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고전의 재발견, 르노삼성 SM5 클래식 그리고 SM7

현장에서 시승이 가능한 차량의 목록을 살펴봤다. 콤팩트 세단 SM3를 시작으로 르노삼성자동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6시리즈, 즉 SM6와 QM6 등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와중 눈에 들어온 차량이 두 대가 있었다.

바로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시장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SM5(2017 SM5 클래식)과 SM6 이전의 플래그십의 역할을 담당했던 ‘2017 SM7 3.5 V6’였다. 문득 2017년 현재, 과연 고전의 존재들은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앞서 경험한 SM7에 이어 SM5 클래식의 키를 손에 쥐었다.

사라지지 않은 SM5

르노삼성자동차는 차세대 중형 세단 SM6의 출격을 예고하며 ‘택시, 렌터카 등등 시장의 니즈가 분명하기에 SM5를 단종하지 않고 포지셔닝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SM6가 출시한 이후 SM5는 각종 옵션 등을 재정리하고 군더더기를 덜어낸 SM5 클래식을 시장에 투입했다 2,195만원의 가격표를 붙인 SM5 클래식은 하락세를 피하진 못했지만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가 이어지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미지로 한 시대를 풍미한 SM5

4,885mm의 전장과 1,860mm의 전폭 그리고 1,485mm의 전고는 최근에 몸집을 키워 데뷔한 쉐보레 올 뉴 말리부와 비교한다면 조금 작게 느껴지는 체격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LF쏘나타(현 쏘나타 뉴 라이즈)와는 비슷한 체격이다. 여기에 2,760mm의 휠 베이스도 ‘국산 중형 세단’으로서는 부족함은 없다. 참고로 공차 중량은 1,415kg다.

SM5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미지’가 좋은 차량 중 하나다. 깔끔한 디자인과 세련된 감성 그리고 합리적인 대안자의 느낌이 있었다. 이는 SM5 클래식 역시 마찬가지다. 르노의 패밀리 룩을 적용하기 이전 혹은 이후 모두 깔끔한 느낌이 돋보인다. 다만 프론트 엔드가 좁아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헤드라이트나 프론트 그릴이 너무 모여 있는 느낌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측면의 실루엣은 부드럽고 여유롭다. 강인한 직선보다는 유려한 곡선이 주를 이루며 편안한 감성을 앞세운다. 특히 A필러부터 루프라인을 거쳐 C필러로 흐르는 실루엣은 SM5에 담긴 여유로운 감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C필러의 라인에 적용된 두터운 크롬 라인과 측면으로 살짝 삐져나온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실루엣은 전체적인 디자인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자리한다.

최근에 데뷔한 SM6와 QM6 등에 비한다면 SM5 클래식의 후면 디자인은 무게감 대신 가벼운 느낌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느껴지는 그래픽이 중심이 되고 위를 향하는 라인 처리 등이 더해진 결과다. 이러한 그래픽은 최신의 르노의 아이덴티티와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받아드리는 입장에서 ‘부담이 덜한’ 장점이 있다.

간결함 속에 담긴 여유로움

르노삼서동차 SM5 클래식의 도어를 열면 한층 간결해진 실내 레이아웃과 이를 통해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드러난다. 드라마틱한 레이아웃과 화려한 터치 대신 군더더기를 덜어낸 대시보드에 각 기능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센터페시아는 SM6 데뷔 이전의 ‘프랑스 감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깔끔함은 최근 너무도 복잡해지고 있는 실내 공간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런 요소 이면에는 분명 아쉬움도 함께 하는 것이 사실이다. 차량 가격을 2,195만원까지 낮추면서 ‘재질’에 대한 비용 절감이 이뤄진 만큼 플라스틱의 비중이 높고, 전체적인 사용감이 뛰어나진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오디오 펑션 버튼을 스티어링 휠 뒤의 리모콘으로 옮겨 스포크에 버튼을 최소로 줄인 4-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모노톤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계기판 그리고 경쟁 모델 대비 해상도와 그 크기가 다소 부족한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는 최근 시장에 투입된 모델과의 ‘시간의 간격’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공간 부분을 살펴보면 SM5 클래식은 부족함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현역으로서의 경쟁력이 있다. 1열의 경우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다는 점과 다리가 긴 사람이 조수석에 앉았을 경우 대시보드에 무릎이 닿는 경우가 있지만 레그룸이나 헤드룸 자체는 부족함이 없는 편이다. 다만 시트의 형상이 안락감을 느끼기 보다는 다소 긴장된 느낌을 들게 하는 점은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2열 공간은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다. 시트의 크기나 공간 모두 만족스러운 편이다. 키가 큰 사람이 앉았을 때 엉덩이 시트가 조금 짧은 듯한 느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크기다. 헤드룸에서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대목은 없으며 2열 시트이 형상을 잘 다듬은 탓에 ‘편안한 이동수단’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SM5 클래식의 트렁크 공간은 450L로 중형 세단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2열 시트를 분할하여 폴딩하는 기능은 빠져 있다. 대신 센터 암레스트 뒤쪽에 구멍을 만들어 긴 짐을 적재할 수 있는 스키스루를 적용한 것이 전부다. 이 부분은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단점으로 지적될 부분이다.

모나지 않는 파워트레인

르노삼성자동차 SM5 클래식의 파워트레인 구성은 말 그대로 ‘모나지 않는’ 모습이다. SM6 데뷔 전까지 2.0L 자연흡기, 1.6L 터보(TCE), 디젤 그리고 LPG 등을 운영했었지만 현재는 2.0L 자연흡기와 LPG 모델만이 판매되고 있다. 시승 차량에는 최고 출력 141마력(@6,000RPM)과 최대 토크 19.8kg.m(@4,800RPM)를 내는 2.0L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됐다.

여기에 자트코에서 공급하는 뉴 엑스트로닉 CVT를 장착해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복합 연비 12.6km/L(도심 11.5km/L 고속 14.1km/L)의 효율성을 갖췄다. 참고로 뉴 엑스트로닉 CVT는 6단 수동 변속 모드에 대한 로직도 갖춰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주행 의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SM5 클래식에 담긴 ‘이동 수단의 정체성’

SM5 클래식의 도어를 열고 실내를 살펴보니 하얀색 시트가 시선을 끈다. 시트에 몸을 맡기면 ‘높은 시트 포지션’과 함께 만족스러운 시야를 모두 경험하게 된다. 시트를 최대한 낮추고 사이드 미러 등을 조절한 후 시동을 걸자 부드럽게 깨어나는 엔진을 느낄 수 있다. 이 때 느껴지는 정숙성은 최신의 경쟁 모델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기어 쉬프트 레버를 당겨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사실 최근 다운사이징 터보, 혹은 직분사 시스템을 더한 차량들이 대거 등장하며 SM5 클래식에 적용된 2.0L 가솔린 엔진의 퍼포먼스는 그리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실제 141마력 수준의 출력은 1.6L 혹은 1.8L 엔진이면 충분히 낼 수 있는 출력이다.

그렇다고 SM5 클래식의 움직임이 둔하거나 출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없다. 반대로 경쟁 모델들이 너무나 강한 엔진을 품고 있을 뿐이다. 중형 세단으로 일상 생활 속에서 ‘나홀로 드래그 레이스’를 즐기거나 매 순간 급한 성격에 엑셀레이터 페달을 짓이기는 운전자가 아니라면 SM5로도 일상 주행이 충분한 수준이다.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부드럽게 회전하는 엔진은 RPM이 상승할수록 운전자가 느끼는 감성적인 만족감도 좋은 편이다. 여기에 오랜 시간 동안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 호흡을 맞춰온 자트코의 뉴 엑스트로닉 CVT 역시 군더더기 없는 모습으로 시종일관 부드러운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인 승차감이나 주행 감각은 ‘클래식’이라는 이름이 무척 어울린다. 최근 시장의 차량들이 점점 단단한 감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SM5 클래식의 주행은 날이 예리하게 서있기 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감성에 집중한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여성 운전자라도 부담이 없을 만큼 편안함을 지향하고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도 날카롭다기 보다는 제법 여유로운 편이다. 덕분에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도 편하게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하체의 움직임 역시 중형 세단에게 기대하는 기본적인 주행 성능을 충족시키면서도 노면을 강하게 움켜쥐기 보다는 노면의 충격을 덜어내며 승차감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SM5를 시승하는 시간 동안 ‘편안함’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며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존재 중에 ‘이동 수단으로서의 존재’를 떠올리게 됐다. 최근의 차량들이 너무 스포티한 방향으로 가고 있던 건 아니었는지, 혹은 운전자에게 너무 급한 드라이빙을 재촉하고 있던 건 아니었는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점: 시종일관 편안한 드라이빙

안좋은 점: 높은 시트 포지션, 무릎이 닿는 조수석 대시보드 형상

이동 수단으로서의 SM5 클래식

시승을 마친 후 SM5 클래식의 가격을 다시 한 번 보게 됐다. 2,195만원이라는 가격은 분명 매력적인 가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운전자가 SM5 클래식을 택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니다. 사실 시장에는 SM5 클래식의 가격을 외면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르노삼성자동차 SM5 클래식은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찾는 운전자에게는 무척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빠르게 달릴 필요는 없으며 누군가는 또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