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의 유연성 부족은 심각한 수준"

by이승현 기자
2020.01.21 17:45

21일 자동차산업연합회 발전포럼 열어
김동배 "임금 유연성이라도 먼저 도입해야"
김철환 "환경규제 대응위해 내연기관 연구개발 필요"
주52시간제 비판 많아.."대안은 특별연장근로제"

21일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발전 전략’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자동차산업엽연합회 제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 노동개혁과 규제 철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하고 산업 변화에 맞체 주52시간제 등 노동 관련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21일 오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발전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제8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김동배 인천대 교수는 “4차산업혁명은 더 높은 유연성을 요구하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유연성 부족은 심각한 수준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파업으로 점철됐다. 노동 유연성은 아예 거론하지도 못하고 노사간 임금협상 문제로 1년 내내 줄다리기를 벌였다.

◇일본은 개인평가 따라 차등지급, 우린 단일호봉제 유지

그는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 임금 유연성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며 “노동자 숫자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없고 기능적으로도 기술직 교육훈련이 거의 전무해 전환배치가 어려우며, 임금도 경영실적과 연계성이 취약한 단일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하면 노사 모두가 공멸한다. 노사는 공동운명체로서 상호 존중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임금 유연성이라도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기능발휘급과 직능개인급 등 개인평가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항목을 운영하는 반면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는 단일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철환 이노싱크컨설팅 상무는 ‘자동차산업의 규제환경’이란 주제발표에서 “자동차 규제강화와 자동차시장의 변화로 인해 전례없던 규모로 자동차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규제로 환경규제와 안전규제를 지적했다. 김 상무는 “자동차산업은 대기업 차별 관련 47개 법령 188개 규제가 있고, 환경규제와 안전규제에 이어 법률화·문서화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정서적 규제까지 중층적이고 복잡한 규제를 안고 있다”며 “이는 곧 기업 경영의 전략적·전술적 선택지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동자 환경규제 대응책으로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전동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돼도 오랜 기간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무공해차만으로는 환경규제 대응이 불가능한 만큼 내연기관 전용 국가 연구개발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동차산업의 전환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간 사업구조 조정, M&A, 신사업 진출 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법률적 규제와 함께 심리적 규제가 작용해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52시간제 해결책은 특별연장 근로제..노사에 맡겨야”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호봉제의 대안으로 직무급제를 내놨는데,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같은 직무를 정의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급여체계를 혼합해서 쓰면 되는데 유일 대안을 제시해 산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주52시간 근로제와 관련 “52시간 규제를 하면 연구개발이 위축되고 개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가 대안으로 나오는데 궁극적인 해결책은 특별연장 근로제”라며 “일본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360~720시간까지 특별연장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특별연장근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년연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실제로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 발전에 비해 인간의 인지능력 발전이 뒤처진다.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노동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생산인구 감소 대응책으로 근로자들의 정년 연장을 검토중이다.

김진국 배제대 교수 역시 “주52시간제는 제조업 중심의 사고로 만든 노동정책”이라며 “우리 산업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질 나쁜 규제”라고 비판했다.

노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자율주행차가 완성되는 순간 내연기관 차가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며 “지금까지 자동차기업들은 노사관계, 생산시스템, 협력사 순의 중요도로 사업을 관리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여겨왔지만 앞으로는 노사관계보다는 부품사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협력사와의 공생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노사 모두 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특히 노조가 더 부족하다”며 “10년 내에 차산업의 전략적 지도를 완성해야 한다. 정부와 노조, 사용자가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법인세율 인하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 해소 △파견 및 대체인력 활용도 제고를 위한 입법 추진 △노사 협상주기 1년에서 3~4년으로 전환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