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활기 잃은 군산공장 새모델 투입 계획 `지지부진`

by신정은 기자
2017.06.21 17:10

노조, 크루즈 해치백 등 생산 요구…사측 "수요 예측안돼" 거부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 한국GM 제공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올란도와 크루즈를 생산하는 한국GM 군산공장이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GM 측은 새모델 투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공장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2일 한국GM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을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차종 투입 계획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제대로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노조 측은 이번 임협에서 크루즈 해치백과 올란도 부분변경 모델 등 투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수요가 예측되지 않는다. 재무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미국 GM본사가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수출 물량이 급감으로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이후 한국GM은 대체 시장으로 러시아를 공략했으나 이마저도 루블화 가치 폭락 등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한국GM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년대비 5.7% 감소했다. 내수 판매가 13.9% 늘었음에도 수출물량이 10.1% 줄어든 영향이다. 여기에 미국 GM이 최근 자회사인 오펠과 복스홀을 PSA(푸조시트로앵) 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해 1~5월 수출 대수는 17만4053대로 전년동기보다 5.2% 줄었으며 내수도 같은기간 31%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그나마 주력 차종인 말리부와 스파크 등을 만드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은 상황이 낫지만 올란도와 크루즈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등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올란도는 끊임없이 생산중단설에 시달리고 있고 크루즈는 신차임에도 판매가 지지부진하다.

한국GM이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한때 업계에서 군산공장 철수설이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사측은 철수설을 부인하면서도 공장을 회생시키기 위한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자동차 제조공장은 1,2교대로 나눠 순환근무를 하는데 군산공장 직원들은 1교대로만 근무한지도 2년이 다 되어 간다”며 “회사 측은 확답을 주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지만 수요가 예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현재는 크루즈 판매에 주력해 군산공장의 활기를 찾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올란도 부분변경 모델은 개발 계획도 잡히지 않은 단계라 생산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미국 GM본사가 국내 공장에 생산 차종을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준대형 세단 임팔라가 출시됐을 때도 GM은 연 1만대 판매규모가 되면 국내 생산을 하겠다고 밝으나 지난해 그 기준을 ‘연 3만대 판매’로 상향시켰고 결국 수입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한국GM은 현재 임팔라를 비롯해 스포츠카 카마로SS, 전기차 볼트 등 고부가 가치 차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생산 차종은 경차 스파크와 소형차 아베오, 소형SUV 트랙스 등 경소형차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