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전번 몰라 애태우기 그만"…현대차 직원 아이디어 엿보니
by이배운 기자
2025.10.22 15:45
현대차·기아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
직원 창의성 북돋우며 자유로운 연구문화 확산
'차 안 금고' '안전벨트 버튼' 등 혁신 아이디어 빛나
'전방향 주행 모빌리티' 선보인 ANT Lab. 팀 대상
[화성=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22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는 임직원들의 감탄사와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웃음과 탄성이 터졌고, 한 직원은 “저건 진짜 써보고 싶다”며 무릎을 탁 치기도 했다. “무섭도록 놀라운 기술입니다”라며 반년 넘게 준비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발표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한껏 묻어났다.
| |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ART’ 팀이 차량 번호판 기반의 안심 연락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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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는 22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물로 구현해 발표하는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을 진행했다. 2010년부터 매년 개최된 사내 대표 행사로 연구개발 인재들의 창의성을 북돋우고 자유로운 연구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연을 통해 발굴된 아이디어는 실제 양산차 개발에도 반영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본선에 오른 6개 팀에 제작비와 실물 제작 공간을 지원했다. 각 팀은 약 7개월간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한 뒤 이날 무대에서 직접 선보였다.
| | 현대차·기아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FMV 팀이 선보인 ‘디지로그 락 시스템’ 자료 이미지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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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FMV’ 팀은 차량 내부 수납공간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디지로그 락 시스템(Digi-log Lock System)’을 선보였다. 센터 콘솔의 컨트롤 패널을 통해 사용자가 설정한 패턴을 입력하면 글로브박스 등의 잠금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열쇠나 화면 터치 없이 물리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어 운전 중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되고, 감성적 조작감과 안전성을 모두 잡았다.
이어서 ‘ART’ 팀은 차량 번호판 기반의 안심 연락 서비스 ‘Snap Plate’를 선보였다. 주차나 긴급 상황 시 차량 번호판을 앱으로 촬영하면 시스템이 제공하는 가상번호를 통해 차주와 통화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개인정보 노출 없이도 원활하게 연락할 수 있으며 향후 주차 결제나 응급 신원 확인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췄다.
ART 팀은 “자동차 대시보드에 전화번호를 두는 건 불가피하지만 장난 전화나 스팸 등 범죄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며 “이처럼 개인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 |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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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트레일러토잉’ 팀은 투싼 등 견인차량의 냉각 성능을 끌어올린 ‘T+(Tow+)’ 기술을 선보였다. 추가 부품이나 하드웨어 변경 없이 냉각 시스템의 작동 순서를 조정해 견인 성능을 향상시킨 것이 핵심이다. 실차 테스트 결과 트레일러 견인 가능 중량이 기존 1500㎏에서 1800㎏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어서 ‘데시벨’ 팀은 안전벨트에 시트 조절과 음악 볼륨 등 차량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dBelt(데시벨)’을 선보였다. 임산부, 노약자, 뒷좌석 승객 등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카메라 인식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원이나 배선도 필요 없다. 버튼은 탈부착이 가능해 사용자 취향에 맞게 디자인할 수 있다.
| | 현대차·기아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흰수염고래’ 팀이 선보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휴먼케어 기술 자료이미지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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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염고래’ 팀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휴먼케어 기술 ‘S.B.S(Seat & Belt with Stability)’를 선보였다. 시트와 안전벨트에 공기압 에어포켓과 발열 필름을 내장해 보호자가 원격으로 압력과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탑승자는 엄마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는 효과도 반복 실험으로 확인됐다.
팀은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차를 타지만 발달장애인은 차량 탑승 중 불안감과 긴장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들도 차량을 이용하는 동안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 | 현대차·기아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ANT Lab.’ 팀이전방향 주행 모빌리티 ‘ANT’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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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발표에서 ‘ANT Lab.’ 팀은 새로운 기어 기술과 도넛형 타이어를 결합해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전방향 주행 모빌리티 ‘ANT’를 공개했다. 단순한 조향 구조로 차체 효율과 내구성을 높였고 미끄러짐이 적어 일반 도로 주행에도 적합하다.
특히 이 차량은 좁은 공간이나 복잡한 환경에서도 자유로운 이동과 제자리 회전이 가능해 정밀하고 효율적인 주행을 구현한다. 또한 여러 대의 차량이 도킹해 협업 운송도 가능한 구조로, 물류·건축·산업 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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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결과 대상은 전방향 주행 모빌리티 ‘ANT’를 선보인 ‘ANT Lab.’ 팀이 차지했다. 최우수상은 ‘수퍼트레일러토잉’ 팀과 ‘FMV’ 팀이, 우수상은 ‘ART’, ‘데시벨’, ‘흰수염고래’ 팀이 각각 수상했다.
백정욱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인사실장 상무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이 혁신의 씨앗을 싹 틔우는 장”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원들이 창의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