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못받아 보조금 놓칠듯"…기아 PV5 출고 지연에 '소비자 불편'

by이윤화 기자
2025.09.17 15:33

기아 첫 PBV 전기밴 'PV5' 6월 출시, 사전계약 진행
'카고' 모델 고객인도 지연 지속, 10월 중으로 밀려
지자체 보조금 믿고 계약한 대기 고객들 '취소 고민'
전기차 보조금 지급률 9월 첫주 기준 75.2%에 달해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기아의 첫 다목적기반차량(PBV) 전기밴 ‘더 기아 PV5’의 출고가 늦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전계약을 진행한 6월 이후 상용 모델인 ‘PV5 카고’가 정확한 지연 사유에 대한 설명 없이 8월에서 9월, 10월로 연달아 연기되면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PV5 카고 사전계약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현재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PV5 카고(화물) 모델의 경우 일부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고객 인도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쏘렌토 등 인기 모델의 경우 평균 대기 기간이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PV5의 경우 기아가 지난 7월 공개한 차종별 예상 납기표 상에는 1.5개월로 명기돼 있었다.

더 기아 PV5 카고 외장. (사진=기아)
기아 측은 차량 딜러와 고객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PV5 사전 계약 대기고객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쪽의 문제인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카고 모델의 경우 9월 중 생산 및 발매는 어려운 상황으로 10월부터 고객 인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PV5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 혜택 적용 전 기준으로 패신저 모델 △베이직 4709만원 △플러스 5000만원, 카고 모델 스탠다드 △베이직 4200만원, 롱레인지 △베이직 4470만원이다. 스타리아 LPG 카고(3078만원) 등 다른 차량들과 비교해 출시 가격이 높지만,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데다 전기차로 내연기관차 대비 유지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어 출시 이후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전기차 세제혜택,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반영할 경우 지역에 따라 패신저 모델은 3000만원 중후반대, 카고 모델은 2000만원 후반대부터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지난달 확정된 기아 PV5의 국고보조금은 패신저 모델은 468만원, 카고 모델은 최대 1150만원까지 지원이 확정됐다.

그러나 출고가 지연되는 동안 전국 지자체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사전계약자들마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기차 보조금 지급률은 약 75.2% 수준으로 예상보다 소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 20여 곳의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됐고, 80% 이상 소진된 곳도 40여곳에 달한다.

충남 아산시에 거주하는 A씨는 “6월 사전계약 이후 출고만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아산시청에서 2차 추경 보조금도 소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PV5 계약을 취소하고 내년에 나오는 프라임 등을 알아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PV5 카고 모델을 사전 계약한 고객들 중 차량을 생업에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청소 관련 자영업을 하는 B씨는 “PV5 출시 가격은 4000만~5000만원대로 다른 차량들보다 비싸지만, 지자체 보조금 및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3000만원대 안팎으로 살 수 있다는 홍보에 지난 6월 10일 PV5를 계약하게 됐다”면서 “그런데 별도의 안내 없이 차량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생업에 차질이 생기게 할 수는 없어 중고로 봉고차를 추가로 구매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A씨는 “애초에 출고 지연 상황에 대해 설명해줬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이지 않았을 텐데 이제 다른 차량을 사기에도 늦은 시기”라면서 “대기 고객들에게 커피 쿠폰을 지급한다는데 고객들은 이런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과 출고 시점을 알려주는 제대로 된 소통을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