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로봇개 '스팟' 능력은 어디까지…트럼프 경호에 정찰·배송도

by박민 기자
2024.11.13 09:20

[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차그룹 자회사인 미국 로봇공학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4족 보행 로봇개 ‘스팟(Spot)’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경호에 투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팟이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된 영상에는 로봇개가 미 비밀경호국 요원과 함께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 주변을 순찰하는 장면이 담겼다. 로봇개 몸에는 “쓰다듬지 마세요(DO NOT PET)”란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비밀경호국 측은 해당 로봇개가 마러라고 자택 경호에 언제부터 투입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로봇이 보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자랑한다고 지역 언론 넥스스타에 알렸다.

그러면서 로봇개가 “감시와 경호를 위한 다양한 첨단 센서를 갖추고 있다”며 “폭탄과 화학 위협을 탐지하는 기술과 열 감지 센서, 고해상도 줌 기능을 갖춘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자회사인 미국 로봇공학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욕포스트)
해당 로봇개는 현대차그룹 자회사인 미국 로봇공학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사재 2400억원을 출연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확보할 만큼 로봇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스팟은 충전식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 동력원으로 작동하고, 움직이는 속도는 시속 5.76km 정도다. 특히 스팟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현장 점검 시 균일한 데이터를 송부할 수 있고,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자율주행 기능과 원격 운영, 자동충전 기능도 보유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한 현장이나 시야가 제한되는 야간 시간대에 투입이 가능하다.

정 회장은 지난 2022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스팟과 함께 단상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회장은 “로봇 공학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팟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자회사인 미국 로봇공학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순찰하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자료)
스팟은 각종 센서·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고온·혹한 등 극한의 상황이나, 자연재해 지역·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곳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여러 사업장에도 투입돼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 스팟을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으로 투입했고, 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2022년부터 고속국도 김포-파주 현장 등 건설 현장에 모니터링 용도로 스팟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울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정유 공장 ‘울산CLX’에 투입돼 가스누출 등을 감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스팟을 철강 생산 현장의 위험 작업에 투입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스팟의 영역은 공공 부문으로도 확장했는데 세종시는 지난해 스팟에 이응다리의 자율순찰을 맡기기도 했다. 스팟은 다리 위에서의 사람 쓰러짐과 화재 감지 기능을 수행했다. 또한 라스트마일(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 배송 서비스에도 투입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AI 기술이 적용된 4족 보행로봇(SPOT)을 철강 생산 현장의 위험 작업에 투입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을 한층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사진=현대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