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6개월' 부여받은 쌍용차, 돌파구 찾을까

by이승현 기자
2020.07.06 16:41

산업은행, 이달 만기 채무 900억원 연말까지 연장
당장 외국계 금융권 채무상환 문제 풀어야 생존
매각 작업 지지부진..기안기금 지원 받기 위해 최선
임금삭감 등 파격 자구안 통해 정부 지원 이끌어 내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쌍용자동차(003620)가 급한 불을 껐다. 산업은행이 이달에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연말까지 연장해줬기 때문이다. 6개월의 시간을 벌게 됐다. 이 기간 동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내년에도 존속할 수 있다. 그야말로 운명의 6개월이 남았다.

◇“외국계 차입금 해결 위해 마힌드라와 계속 대화”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900억원을 올 연말까지 연장해주기로 결정했다. 앞서 쌍용차는 이달 초 산업은행에 이날과 19일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700억원과 200억원의 연장을 신청했다.

산업은행 측은 쌍용차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배제방침을 밝히면서 이달 만기도래 채무의 연장 가능성은 시사했다. 다만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들과 대출 만기연장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계 차입금이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본사를 통해 한국에 들어와 있다”며 “6월부터 만기가 돌아와 연장이 시급하다. 주주에게 (만기 연장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와 관련, 지난 6월 만기가 돌아온 외국계 금융기관 대출에 대해 일부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연장했다. 외국계 금융기관과의 채무상환 문제가 일단 해결된 만큼 산업은행도 만기를 연장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이번 대출 만기연장은 일단 급한 불을 끄는 수준에 불과하다. 당장 앞으로 돌아오는 외국계 차입금에 대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 8월에는 JP모건의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3월 말 기준 쌍용차의 단기 차입금은 3899억 3296만원이다. 이 가운데 JP모건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원 등 1668억원이 외국계 금융권에서 받은 단기 차입금이다.

쌍용차 측은 “외국계 차입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힌드라와 계속해서 대화하고 있다”며 “마힌드라가 갖고 있는 지분 매각을 통해 공동투자자를 물색하는 한편,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만들어진 자금으로 차입금을 일부 갚고 일부는 만기연장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6월 반짝 판매 1만대 돌파..지속되긴 어려워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단기 채무를 일부 갚거나 연장하는 것만으론 쌍용차가 회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쌍용차에게 필요한 것은 내년에 출시할 전기차 신차를 개발할 수 있는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다. 차량 판매를 통해 이익이 나는 회사로 바뀌어야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다. 쌍용차는 30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신차 개발을 위해 자구노력을 통해 마련한 1000억원과 외부자금 2000억원을 지원 받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현재 쌍용차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정도다. 우선 마힌드라가 밝힌 대로 새로운 공동투자자를 찾아 투자를 받는 것이다. 쌍용차는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 등이 거론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매각 작업이 진행되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침체까지 겹치면서 쌍용차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두번째는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미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쌍용차는 기안기금 지원대상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상태지만 막판까지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안기금의 세부적인 지원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마지막까지 정부를 설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데 인력 구조조정 말곤 방법이 없다”며 “이미 자구노력을 통해 직원 1인당 연간 1000만원 이상 연봉을 줄였다.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는 직원들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쌍용차가 자생력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마나 5월과 6월 판매 실적이 증가세에 있었지만 이 역시 지속되긴 어렵다. 쌍용차는 지난 4월 6813대로 저점을 찍은 후 5월 8000대, 6월 1만181대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6월은 개별소비세 70% 인하 일몰 효과로 이례적으로 판매가 는 것이어서 이같은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출을 6개월 연장했다는 것은 쌍용차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자르기보다는 시간을 더 주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어렵겠지만 쌍용차가 한시적 임금삭감을 포함한 파격적인 자구안을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