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지경..전기차도 공회전금지법 단속 대상?
by남현수 기자
2020.08.10 15:59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과 달리 배출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아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된다. 전기차가 대기환경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공회전 금지법 단속 대상이라면 어떨까? 한 마디로 쓴 웃음이 나오는 얘기다.
전기차의 빠른 보급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구시대적 법 때문에 일선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대기오염을 관리하기 위해 대기환경보전법을 시행하고 있다. 공회전 금지법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대기환경보전법 제59조를 보면 ‘공회전의 제한’에 대해 나와있다. 법령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원동기를 가동한 상태로 주·정차하는 행위를 단속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는 해당 법안을 2012년 의결 및 공포해 2013년부터 단속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공회전 단속을 하는 공무원에게 전화로 확인했다. 답변은 황당하게도 “전기차도 원동기가 달려있어 단속 대상”이라고 나왔다. “전기차는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단속 대상이냐” 따져 물으니, “전기모터도 원동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 원칙상 그렇다”고 설명한다. 오로지 황당무계한 수준이다.
납득이 되지 않아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 공무원은 “전기차는 단속대상이 아니다”며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으니 단속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같은 서울시 공무원인데 답이 다르다. 그는 “공회전 금지법은 휘발유, 경유,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역시 전기차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의 취지가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있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 등은 단속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다만 “‘연료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라는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단속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공회전 금지법의 단속 대상이 아니다. 애매모호한 법령이 일선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공회전 금지법은 경유, 휘발유, LPG를 연료로 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 ‘공회전 금지법에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가 포함되지 않는다’ 등의 보다 명확한 표기가 필요하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법령 해석은 시민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법령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서울시는 공회전 제한 시간을 대기 온도에 따라 나눈다. 유종(경유, 휘발유, LPG)에 따른 기준은 동일하다. 5도 이상 25도 미만일 땐 2분, 0도 이상 5도 미만 혹은 25도 이상 30도 미만일 땐 5분, 0도 미만이거나 30도 이상일 경우는 공회전 금지법에서 자유롭다. 만약 해당 기준을 초과해 공회전을 할 경우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