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서 고전한 현대·기아차, 러시아·유럽선 ‘SUV·소형차’로 승승장구

by노재웅 기자
2018.01.18 15:25

유럽서 100만대 육박 사상 최대치 기록
기아차 ‘리오’ 러시아 베스트셀리카 등극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대내외적인 변수로 지난 한 해 동안 중국과 미국 ‘G2’ 시장에서 고전한 현대·기아자동차가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승승장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100만대 육박하는 승용차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러시아에선 3년 연속 하락세를 극복하고 두자릿수 대 판매 증가와 기아차의 소형차 ‘리오’로 베스트셀링카를 거머쥐었다.

◇투싼·스포티지 등 SUV 효자 역할 톡톡

18일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작년에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과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국가에서 등록 차량 기준으로 모두 99만5383대의 승용차를 판매해 전년(94만693대)보다 판매량이 5.8% 증가했다.

현대차는 52만3258대를 팔아 전년(50만5377대)보다 3.5% 증가했고, 기아차는 47만2125대를 팔아 전년보다 판매량이 8.5% 늘었다.

시장점유율을 보면 현대차는 전년과 같은 3.3%를 유지했으나, 기아차는 전년 2.9%에서 3.0%로 늘려 두 회사의 유럽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6.3%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벤츠를 생산하는 독일의 다임러그룹을 간발의 차로 앞지르며 7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유럽 승용차 시장에서는 폭크스바겐그룹이 23.8%의 점유율로 판매 1위를 차지했고, PSA그룹(12.1%), 르노그룹(10.4%), FCA그룹(6.7%), BMW그룹(6.7%), 포드(6.6%), 현대·기아차(6.3%), 다임러(6.3%) 등의 순이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유럽시장에서 SUV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대차의 경우 투싼, 기아차의 경우 스포티지가 판매 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한 차 3대 중 1대는 SUV였다. 투싼과 스포티지를 합쳐 총 28만5697대(28.5%)를 판매했다.

리오. 기아차 제공
◇3년만에 러시아서 판매 반등..‘뚝심 경영’ 통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러시아 유럽기업인연합회(AEB)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작년 한 해 러시아 시장에서 전년대비 15.6% 증가한 34만836대를 판매했다. 브랜드별로 기아차 18만1947대, 현대차 15만7858대, 제네시스 1031대 순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기아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21.6% 급등하며 러시아 완성차 업체인 LADA 다음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소형차 ‘리오(국내명 프라이드)’가 전년대비 10.3% 증가한 9만6689대로 러시아 전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스포티지 2만4611대(+29.5%), 씨드 1만5246대(+1.1%), 옵티마(국내명 K5) 1만2822대(+104.0%) 등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현대차는 전년보다 8.7% 판매량이 상승, 기아차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재작년 투입한 크레타가 5만5305대(+152.2%) 팔리며 베트스셀링카 탑5에 올랐다. 시장 판매 1위를 지켜오던 쏠라리스는 6만8614대로 전년대비 24.1% 줄었다.

르노(13만6682대)가 현대차에 이어 4위에 올랐고, 도요타는 9만4238대로 5위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판매는 2013년 37만9171대를 정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2016년에는 판매량이 30만대 이하(29만4867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경기 악화로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투자를 접는 과정에서도 현대·기아차는 꾸준히 현지 전략 차종 투입 및 투자를 줄이지 않았고 그 결과 지난해 경기 오름세와 맞물려 판매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 시장은 유가 안정화와 월드컵 개최 등에 따른 여파로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지난해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수년간 공장을 폐쇄하고 판매 법인까지 철수했던 완성차 업체들도 빠르게 복귀했다. 현지 자동차 시장은 올해 연 300만대에 육박했던 2012년 수준까지 회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