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신형 티볼리에 사활 건 이유..'리틀 코란도'면 어때
by남현수 기자
2019.06.19 14:54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쌍용자동차는 소형 SUV 티볼리 판매에 왜 목숨을 걸 정도로 매달리는 것일까.
지난 4일 쌍용차는 자사의 베스트셀링 소형 SUV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외관을 다듬고 편의 및 안전장비를 대폭 확대 적용한 게 특징이다. 특히 지난 2월 새롭게 출시한 신형 코란도에 탑재됐던 기능 대부분을 티볼리에 대거 달았다. 신형 티볼리가 '리틀 코란도'라고 불릴만한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
코란도보다 한 체급 낮은 티볼리에 ‘과잉(오버킬:overkill)’ 옵션을 채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올 정도다. 티볼리의 이런 호화로운 옵션을 모두 다 경험하려면 3천만원이라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한다. 실제 고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티볼리는 대부분 2천만원대 초중반 모델이다. 신기술이 적용된 부분변경 티볼리는 길거리에서 보기 어렵겠지만 코란도와 판매 간섭이 일어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가능하다.
최근 쌍용차는 내수 판매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3개월 연속 내수 월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2016년 연간 내수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한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량 상승에 기여한 주요 모델은 국내 소형 SUV 열풍을 몰고 온 티볼리와 국산 브랜드 유일의 픽업 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공이 크다.
올해 1~5월까지 판매량을 놓고 보더라도 쌍용차가 티볼리에 사활을 건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올해 국내서 판매된 쌍용차 총 4만7731대 중 티볼리가 1만7335대, 렉스턴 스포츠가 1만8502대를 차지한다. 전체 판매량에서 구형 모델인 티볼리가 36.3%, 렉스턴 스포츠가 38.7%를 차지한다. 두 모델이 올해 쌍용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나 된다.
이번에 출시된 부분변경 티볼리를 보면 '소형 SUV 시장을 꽉 잡겠다'는 쌍용차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판매량이 1500여대 전후로 저조한 코란도에 집중하기 보다 잘 팔리는 티볼리에 풍부한 편의장비를 도입해 판매량을 견인해 가려는 의도다. 지난 2월 출시된 코란도는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2018년 1~5월 판매된 코란도 1509대, 2019년 1~5월 6068대로 지난해에 비해 302.1% 상승)했다. 당초 목표치인 월 3000대 판매에는 턱 없이 모자란 수치다.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의 옵션과 외관 디자인이 공개되자 상당수 소비자들이 “코란도를 굳이 살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그 만큼 이번 부분변경 티볼리가 ‘잘 나왔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티볼리가 코란도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시장 볼륨이 큰 중형 SUV로 변신한 코란도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신형 코란도는 준중형 SUV에 그대로 머물렀다. 더구나 동급 모델에 다 달린 2열 에어덕트(송풍구)가 빠졌다는 지적도 받았다.
현대기아가 철저하게 장악한 준중형 SUV 시장에 불확실한 무리수를 두기 보다 확실한 소형 SUV 모델에 집중하겠다는 쌍용차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진다.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기 전 쌍용차 내부적으로 판매 간섭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하반기에는 티볼리의 굵직한 경쟁 모델이 나온다. 대표적인게 기아 셀토스다. 여기에 조금 더 작은 현대 베뉴도 가세한다.
이번 쌍용차의 티볼리 집중 전략은 불가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쌍용차가 티볼리와 코란도의 판매간섭을 줄이기 위해 지금보다 빈약한 옵션을 갖춘 부분변경 티볼리를 출시했다면 하반기에 출시될 소형 SUV와 경쟁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쌍용차의 대표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도 티볼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대형 SUV G4 렉스턴에 비해 1천만원 이상 저렴하지만 실내 구성이나 편의안전장비 차이는 찾기 어렵다. 저렴하고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성향을 완벽하게 간파한 듯 지난 1~5월까지 G4 렉스턴은 5200대 판매됐다.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보다 약 4배 많은 1만8502대가 팔려나갔다. 이번에 출시된 티볼리와 코란도 역시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의 관계와 유사한 모습이다. 올해 1~5월 티볼리가 1만7335대 판매된 것에 비해 같은 기간 코란도는 6068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쌍용차가 티볼리 판매에 집중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쌍용차의 상승세가 매섭다. 신차를 꾸준히 출시하며 인기를 이어나가는 형국이다. 이제 마지막 해결 과제는 수 년 째 이어온 영업손실 개선이다. 올해 1분기 1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아직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손실은 11.1% 줄었지만 9분기째 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2008년 이후 쌍용차의 누적 적자는 1조원이 넘는다.
티볼리는 대 당 판매 수익이 코란도에 비해 낮지만 판매량이 3배가 넘는다. 쌍용차가 티볼리 판매에 집중 할 수 밖에 없다. 티볼리가 처음 출시된 2015년의 소형 SUV 시장 규모는 8만대 정도 였다. 올해 소형 SUV 시장은 2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15만5041대였다. 다른 점은 2015년에는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 등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소형 SUV 시장이 최대 격전진다. 쟁쟁한 경쟁 모델이 속속 나와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현대기아차 과점 상태가 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조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야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커진다. 현재 현대기아 이외에 다른 업체의 상황은 참담하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이 파업과 철수설에 휘말린 이후 좀처럼 판매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쌍용차가 SUV 인기에 힘입어 꾸준히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량을 쌓아나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번에 출시된 부분변경 티볼리에 적용된 다양한 편의장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소형 SUV 시장에서 쌍용차가 티볼리 판매를 확실하게 가져가기 위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현재로썬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 만이 쌍용차에 확실한 판매량을 안겨줄 수 있는 블루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