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508 롱 텀 테스트 (4) - 푸조 508의 배려를 찾아보다

by김학수 기자
2016.05.26 14:32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2016년, 봄을 알리려는 따스한 바람과 아직 겨울이고 싶어하는 차가운 바람이 뒤섞이는 날 푸조 508의 시동을 걸었다. 3개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동안 푸조 508의 다양한 매력과 짧은 시승이 아닌 또 한 명의 소유자로서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푸조 508은 과연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푸조의 편의사양에 대한 의문들.

푸조 508의 롱 텀 테스트를 시작하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한 지인을 집에 바래다주면서 차량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 내용에는 푸조 508에 대한 감상이 이어졌다. 특히 1.6L라는 배기량 대비 만족스러운 움직임과 인상적인 효율성은 508의 확실한 매력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게다가 최근 엔진 오일을 갈면서 차량이 한층 부드럽고 조용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과장을 조금 붙인다면 정속 주행 중에는 엔진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 물론 도심이나 오르막 구간 등에서는 여전히 디젤 엔진 고유의 소리와 진동을 피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어쨌든 엔진 오일을 교체한 이후 차량은 무척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지인이 차에서 내리며 “전체적으로 좋은 차량이라는 건 알겠는데.. 왠지 편의사양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쪽(센터페시아)에 버튼은 많은데 딱히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덧붙였다.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돌아 오는 길의 머리 속은 무척 복잡했다. 대체 ‘무슨 기능이 부족하다고 하는 걸까?’라고 말이다.

푸조의 편의사양을 찾다

이튿날, 오후 일정이 비는 걸 확인하고 야외로 나가 푸조 508의 편의사양을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사용하기 어렵게 숨겨져 있는 것인지 차량 제원 및 카달로그를 펼쳐 놓고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과연 푸조 508에 담긴 편의사양은 무엇이 있을지 확인해보자.

스마트키 & ISG

푸조 508의 편의사양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스마트키 시스템과 ISG가 아닐까 한다. 두 기능은 어느새 일상적인 편의사양이 되었지만 푸조508에서는 유독 특징 있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키의 경우 엔진 스타트 버튼이 스티어링 휠 오른쪽이 아닌,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배열과는 사뭇 다른 구성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을 택한 것이 포르쉐인데 포르쉐는 ‘과거 레이스카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푸조는 왜 이렇게 택했을까? 사실 다른 푸조 차량은 일반적인 구성과 같이 오른쪽에 버튼을 뒀기 때문에 더욱 의문스러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시동을 걸고 끄는 기능의 사용 권한을 오로지 운전자에게 부여’했다고 이해하고자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동을 껐다가 발진 순간 시동을 걸고 다시 엔진을 구동시키는 ISG 역시 많은 브랜드들이 택하고 있는 연비 개선 기능 중 하나다. ISG의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기능의 유무를 떠나서 재시동이 얼마나 부드럽게 되는지, 그리고 ISG의 개입이 얼마나 빠르고 자주 이뤄지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푸조 508의 ISG 무척 매력적이다. 우선 개입 속도로 보면 차량이 정지했음을 인지하는 순간 바로 시동을 꺼버린다. 물론 정지 순간보다 빠르게 개입하는 일부 브랜드의 ISG 기능도 인상적이지만 푸조의 정도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거리만 움직였어도 ISG은 연속적으로 개입해 연료를 보존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SG 중 가장 정숙하게 재시동을 거는 ISG’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무척 부드럽고 조용하게 시동을 건다.

포-존 에어컨티셔닝과 히팅 시트, 블라인드

푸조 508의 가장 인상적인 기능이라고 한다면 역시 실내 공간의 쾌적함을 이끄는 포-존 에어컨디셔닝(Four-Zone Air Conditioning)이라 할 수 있다. 통상 일반 차량을 기반으로 본다면 1열 공간의 좌우를 구분해 공조 기능을 제공하는 듀얼-존 에어컨디셔닝이 일반적인 방식이고 고급 세단이나 풀 사이즈 모델의 경우 2열 공간까지 포함해 트리플-존 에어컨디셔닝을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푸조 508은 1열과 2열의 좌우를 모두 나누는 포-존 에어컨디셔닝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각각의 시트에 앉아 있는 운전자와 탑승자들의 선호에 맞춘 공조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이에 센터 콘솔 박스 뒤쪽에는 2열 공조 컨트롤 패널을 적용했다. 작은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실내 공간의 쾌적함’을 제공하는 최고의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히팅 시트는 1.6L 모델의 경우에는 1열 시트에만 적용되어 있는데 센터 터널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려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온도가 오르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이 특징이다. 한편 2열 시트에는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블라인드를 적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중형 세단이라는 포지션에서 블라인드의 적용은 꽤 신선한 느낌을 준다.

오토 하이빔, 그리고 코너링 라이트

센터 터널 위의 버튼을 통해 ‘오토 하이빔’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오토 하이빔은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기능인 만큼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오토 하이빔의 존재 자체로 이미 운전자에게는 야간 주행 중 불필요한 동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을 주는 만큼 운전자 입장에서는 꽤나 반가운 기능이다. 오토 하이빔은 맞은 편의 조명에 따라 무척 기민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바로 코너링 라이트다. 508의 스티어링 휠을 좌측이나 우측으로 돌리며 그 방향에 맞는 코너링 라이트가 점등된다. 조향에 따른 점등 반응도 무척 빠른 편이고 광량이나 빛의 방향 등이 무척 알맞게 설정되어 있어 야밤의 지방도로를 달리거나 어두운 지하 주차장을 밝혀주기 충분하다.

기본기 역시 잊지 않은 푸조 508

한편 편의사양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과 프랑스 브랜드 특유의 편의사양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 리미트 기능 역시 빼놓지 않았다. 한계 속도를 정해 그 속도 이상으로 가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스피드 리미트는 처음에는 다소 낯설지만 어느새 쏠쏠하게 사용하는 스스로를 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7인치 디스플레이와 이에 연동되는 후방 카메라, 내비게이션 및 블루투스 연결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 역시 부족함이 없다. 안전사양이라 할 수 있는 후측방 충돌 경고와 6개의 에어백 시스템 역시 부족함은 없는 수준이다. 다이얼 방식의 선루프 역시 운전자에게 있어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물론 푸조 508이 뒤쳐지는 건 아니지만 최근 중형 모델들이 10개의 에어백을 장착하고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기능은 물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또 오디오 시스템에서도 고급 브랜드, 유명 브랜드와 영입하며 시장에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푸조 508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카달로그와 제원을 살펴보며 푸조 508에 적용된 주요 기능을 살펴 보며 ‘기술이 인간을 얼마나 편하게 만드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푸조 508 이상으로 풍부한 편의사양을 갖춘 차량들도 많다. 그 만큼 인간이 자동차라는 존재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으려 하는지, 그 욕심 아닌 욕심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