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잔뜩 늘어난 BMW 3시리즈 G20..크리스 뱅글 혁신 어디로

by오토인 기자
2019.05.20 10:5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이준호 기자= BMW에게 3시리즈는 아이코닉 모델이다. 자로 잰듯한 날카로운 핸들링과 폭발적인 가속력 등 BMW가 추구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나눈다'는 모토와 가장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런 3시리즈에게 G 코드명이 부여됐다. 7과 5시리즈에 이어 뒤늦은 등장이지만, 3시리즈라 자신만만해야 했다.

G 코드명 디자인은 강한 패밀리룩으로 엮여 있다. 5, 6, 7시리즈 마스크는 거의 동일하다. 대ㆍ중ㆍ소라는 놀림을 당했지만, 수입차 판매 상위권을 휩쓸었던 S클래스부터 E,C클래스까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디자인 정책을 밟는 듯했다. 지만 BMW가 아이코닉 3시리즈를 대하는 대우는 역시 달랐다. 패밀리룩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대입시키지 않은 게 여럿이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이어온 BMW만의 아이덴티티를 비틀어 버렸다. 키드니 그릴의 형태는 바뀌었고, 호프마이스터 킨크라고 불리는 C 필러 조형에는 날카로운 각을 줬다. 3시리즈에서 시작해 역으로 7시리즈까지 올라갈 새로운 디자인 포인트다.

BMW 3시리즈(G20) 디자인 특징

1. 홑화살 괄호 패턴

호프마이스터 킨크의 각은 마치 '' 홑화살 괄호와 같다. 이런 패턴은 많은 곳에 쓰였다. '엔젤 아이링'으로 불리던 DRL도 비록 레이저 라이트에 한해서지만 홑화살 괄호 패턴으로 바뀌었다. 키드니 그릴도 4각형의 도형에서 변칙적인 6각형처럼 비틀었다. 변화의 바탕은 홑화살 괄호 패턴이다. 인테리어는 도배 수준이다.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계기판), 송풍구, 스티어링 휠, 도어 손잡이에 이런 패턴이 적용됐다.

2. BMW의 B는 Bold다.

BMW 아이덴티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키드니 그릴'이다. 가운데가 나눠진 모양새는 어떤 브랜드보다 독특했지만, 많은 센서를 필요로 하는 자율 주행 시대엔 맞지 않았다. 그릴 사이에 센서가 어색하게 자리 잡았다. 이것은 디자이너 입장에서 보면 눈에 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키드니 그릴을 합치기로 마음먹고 테두리를 두껍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서 각종 센서를 제대로 숨겼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크롬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크롬은 주로 테두리를 꾸미거나 면을 장식하는데 썼다. 3시리즈에선 선을 두껍게 하는데 사용했다. 공조기 주변부를 감싼 선은 매우 두꺼워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3. 뱅글스 버트의 새로운 해석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가 크리스 뱅글의 후임으로 2009년 BMW 디자인 총괄에 임명되면서 뱅글스 버트는 사라져 버렸었다. 원조 격인 7시리즈에서 입체감이 사라져 버리더니 나머지 하위 세그먼트도 그 뒤를 따랐다.

2020년을 앞두고 많은 브랜드들이 리어 램프에 3D 조형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포르쉐와 렉서스가 그 중심에 서 있다. 물론 메르세데스, 랜드로버와 같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브랜드도 있다. 3D 조형이 트렌드는 아니지만, 애매한 라인에 서있던 BMW는 뭐라도 선택해야 했다. 트렁크 리드에 엣지를 두 개 긋고, 트래디셔널 한 L-세이프 램프를 입체적으로 비틀었다. 빨간색 L-세이프 램프는 측면 패널에 속했다. 남은 다크 섀도 클리어 램프는 트렁크 패널에 속해 보인다. 형태가 면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

4. 짜 맞춘 조화

조화(harmony)는 디자인을 떠나 모든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다. 그만큼 중요하다. 디자인에서 조화를 구현하기 위한 간편한 방식으로는 짜서 맞추는 거다.

새로운 3 시리즈의 헤드라이트는 여타 코드명 G 시리즈와 다르게 형태에 변화를 줬다. 마치 헤드라이트 워셔 노즐이 자리했을 법한 다각(多角) 형태가 밑을 파고 들었다. 워셔 노즐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특색을 위한 변화지만, M 스포츠 이름표를 달면 용도는 달라진다. 헤드라이트 다각은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한 엣지의 모태가 된다. 이곳에서 시작된 엣지는 범퍼 하단 에어 인테이크까지 하나로 이어진다. 짜 맞춤을 통한 조화로움이다. 다각의 형태와 엣지, 에어 인테이크 핀이 따로 놀았다면 조화롭지 않았을 것이다.

조화를 위한 변화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새롭게 꾸민 웨이스트 라인 앞은 낚시바늘처럼 꺾였다. A 필러 연장처럼 보이기 위함이다. 연장된 선처럼 보여야 하는 이유는 조화 때문이다. 인테리어는 짜 맞춤에 꽤 신경을 썼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조수석 방향 끝단은 대시보드 금속 패널과 라인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인으로 디자인을 담당했던 김누리 BMW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그런 조화로움을 맞추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기어 노브 주변의 짜 맞춤은 신경을 많이 쓰다 못해 거의 병적이다. 이 패널은 드라이빙과 관련된 버튼과 iDrive 커맨드를 배치하기 위해 구역을 분할했다. 시동 버튼 주변은 우아한 라인까지 흐른다. 좁은 면적에 많은 기능이 미니멀리즘 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버튼들마다 동일한 면적을 부여받지 못하고 강제로 짜 맞춰진 느낌이 난다.

7세대 BMW 3시리즈(G20) 디자인의 아쉬움

조화를 깨트리는 건, 인위적이고 강제적일 때이다. 강제로 짜 맞춰진 이유는 기어 노브 주변에 버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센터 모니터에 기능을 모아 집적하는 추세와 달리 기능을 풀고, 끌어와 나열했기에 좁은 공간이 더 좁아졌다. 찌그러진 SPORT 버튼을 누르려면 더듬거려야만 할 것 같다.

헤드라이트 컨트롤러도 모두 버튼식으로 변했다. 익숙해지면야 더 직관적일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시선을 돌려야만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직관적인 게 때론 부정확함을 야기한다.

센터패시아에는 햅틱 반응을 겸비한 터치식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도 물리적 버튼이 장황하고, 한정된 공간에 넣기 위해 작아지기까지 했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공조기 디스플레이도 작은 공간에 넣기 위해 애썼다. 이유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위치를 낮춰 편안한 시인성 확보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즉, 센터패시아 구성 요소들 전체 높이를 낮춰야 해 공조기는 강제로 통폐합 되었다.

아쉬움은 크롬 장식에서도 이어진다. 에어 벤트를 감싼 크롬 장식은 사이드 에어 벤트까지 연장된 하나의 선이자, 조화이다. 그런데, 운전석 벤트에선 싹둑 잘렸다. 조화는 살렸지만 균형(balance)에선 아쉽다.

익스테리어에서의 키드니 그릴은 싱글 프레임 그릴에 비해 비주얼 임팩트가 떨어지는 편이다. 폴크스바겐이나 렉서스와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그런지 BMW는 그릴 키우기에 안달이 난 상태다. 남들과 다른 점을 더 특화시키기 보단 남들과 비슷해지려는 방식은 크리스 뱅글이 있던 BMW 답지 않다.

패턴화 시키는 디자인 진행 방식도 위험을 무릅쓰는 진보적 해법이 아닌, 쉽고 안정된 방법이다. BMW 디자인 평가는 크리스 뱅글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힘들다. 진보주의자이자, 해체주의자인 크리스 뱅글은 보수적인 바이에른 뮌헨주의 모터 공장을 눈에 띄게 바꿔 놓았었다. 바꾸면서 전세계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했다.

새로운 BMW 3시리즈는 전작과 비교하면 꽤 많이 변했다. 그런데 자신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5시리즈도 그랬고, 7시리즈도 그랬다. 변화의 화려함을 즐기기보단 잘 짜 맞춘 조화를 선호했다. 과감한 디자인 변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전시장 내에서 변화 폭은 클지 몰라도,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변화 폭은 한없이 작아져 보인다. 변화가 진보적이지 않아서 그럴까. 다시 말해,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인이 아니란 거다. 아니면 우리가 현대차 8세대 쏘나타를 먼저 봐버렸던 게 문제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