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양수겸장..왜건 실용성에 친환경도 챙긴 볼보 V90 CC B5
by남현수 기자
2020.11.27 11:16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볼보의 안전 철학은 1927년 설립이래 100년 가까이 이어 온다. 현재 모든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3점식 안전벨트를 처음 개발한 게 볼보다. 1959년 새로운 안전벨트를 선보이면서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로 특허를 낼 수 없다며 무료로 해당 기술을 배포했다.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가 이젠 친환경 옷을 입기 시작했다. 주력으로 밀던 디젤엔진을 단종시키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비롯해 마일드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다. 단순히 친환경 모델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서 사용하는 종이 인쇄물을 줄이고 태블릿 PC로 바꿔나간다. 행사장에서도 그 흔한 플라스틱 생수병도 찾아 볼 수 없다. 안면도에서 열린 이번 시승 행사에서도 일회용품은 자취를 감췄다.
시승차는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한 B5 엔진이 장착된 V90 크로스컨트리와 세단 S60이다. 전동화의 바람 속에 볼보는 트림도 변경했다. 마일드하이브리드시스템이 장착된 트림은 ‘B’,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합된 트림은 ‘T’(이전에는 가솔린 모델에도 ‘T’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만 사용), 순수전기차에는 ‘P’라는 네이밍을 사용한다.
V90 크로스컨트리는 SUV와 세단의 장점을 두루 갖춘 왜건이다. 2017년 등장한 V90 CC는 이번 파워트레인 교체와 함께 부분변경을 거쳐 새롭게 돌아왔다. 소소한 부분에서의 개선이 이뤄졌다.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 마크는 기존보다 입체적으로 변화했다. 로고를 품은 그릴에는 디테일을 추가했다. ‘토르의 망치’ 모양의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램프는 기존과 동일하다. 매력적이고, 섹시하다. 측면은 길고 납작하다. 긴 측면 라인은 기존보다 20mm 더 늘어났다. 18인치와 19인치 휠 모두 새롭다. 테일램프는 기존과 달리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다. 브레이크 등을 두 줄로 그렸다.
실내는 기존과 차이를 찾기 어렵다. 12.3인치 계기반과 세로형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모두 동일하다. 변화의 핵심은 센터 콘솔이다. 기계식 기어노브는 시프트바이와이어(SBW)를 적용해 전자식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서도 안전의 볼보는 다른 차별화를 시도했다. 일반적인 전자식 기어노브는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뒷 쪽으로 당기면 ‘N’단을 패스하고 ‘D’가 체결된다. 반면, 볼보의 전자식 기어는 무조건 ‘N’단을 거치도록 만들었다. ‘R’을 체결할 때도 동일하다.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의 방지하자는 의도다. 센터 콘솔에는 무선충전 패드가 마련됐다. 기존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다. 가죽의 마감이나 재질, 냄새까지 완벽하다. 은은한 초콜릿 가죽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힌다.
2열은 V60 크로스컨트리보다 한결 여유롭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에 주먹을 세우고 두 개 이상 들어간다. 헤드룸도 충분하다. 2열도 좌우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센터 콘솔 뒤와 B필러에 송풍구를 위치 시켜 2열의 쾌적성을 높였다. 2열을 위한 열선과 수동식 사이드 커튼까지 마련한 점도 특징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트를 V60크로스턴트리와 공용하는 방석이 다소 짧게 느껴진다. 공간이 여유로운 만큼 방석의 길이를 늘렸으면 어땠을까 한다. 리클라이닝 역시 지원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데 사용 편의성은 떨어진다.
트렁크 공간은 광활하다.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을만한 공간이다. 6:4로 폴딩되는 2열을 접으면 신장 180cm 이상도 충분히 차박을 즐길 수 있다. V90 크로스컨트리에 누워 넓은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하늘을 보면 답답해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바워스&윌킨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은 덤이다.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볼보는 2040년 기후 중립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디젤 엔진을 삭제하고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것도 그 일환이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48V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조합된다. 8단 자동변속기와 AWD 시스템이 엔진을 보조한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은 수치상으로 부족해 보이지만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우려가 사라진다. 48V 마일드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발진 시 14마력의 힘을 보탠다. 고배기량 엔진처럼 여유롭지는 않지만 2톤에 가까운 차체를 이끌어 나가는 데는 충분하다. 전륜 기본 AWD는 앞이 끌고 뒤가 끌려 가는 듯한 느낌을 상쇄했다. 크로스컨트리만의 장점이라면 SUV와 같은 여유로운 적재 공간도 있지만 세단의 안락함을 갖췄다는 점이다. 고속에서 안정감도 상당하다. 세단 부럽지 않다. V90 크로스컨트리는 5가지 주행모드를 갖췄다. 주목할만한 점은 오프로드 모드의 존재다. 본격적인 오프로드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차박이나 캠핑 낚시를 다닐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반자율 주행 장비도 넉넉하게 꾸렸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2와 볼보의 시그니처인 긴급제동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등을 모두 챙겼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개입은 부드럽고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다.
이번에는 S60 B5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출시한 3세대 모델이다. 볼보의 최신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실내 역시 다른 모델과 동일하다. 볼보는 플랫폼, 파워트레인을 몇 가지 개발해 여러 모델에 공용으로 사용한다. S60은 연식 변경이지만 꽤나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입었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과 동일하다. 세련되고 우아하다. 과장도 없지만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그릴부터 주간주행등, 측면의 라인, 후면의 ‘ㄷ’자 형 테일램프까지 모든 부분이 조화를 이룬다.
실내는 V90 크로스컨트리와 판박이다. 하나 다른 점을 꼽자면 기어노브다. 전자식 기어노브를 사용한 점은 동일하지만 ‘오레포스’의 크리스탈 기어 노브(인스크립션 트림 기본 사양)를 적용했다. 이 외에 실내 구성은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수준이다. 질 좋은 나파가죽과 원목 마감이 실내 곳곳에 적용됐다.
2열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 적당한 수준이다. 신장 179cm의 기자가 앉으면 무릎 공간에 주먹 두 개가 들어간다. 머리공간은 여유롭진 않지만 안락함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다. 편의장비도 꼼꼼하게 챙겼다. 별도의 온도조절이 가능한 공조기가 마련되어 있다. 선쉐이드는 없지만 열선 시트까지 챙겼다.
파워트레인은 V90 크로스컨트리와 동일하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과 짝을 이룬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로 동일하다. V60 크로스컨트리보다 좀 더 경쾌한 감각이다. 발진 시에도 스트레스가 없다.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으면 전륜 특유의 드라이빙 감각이 살아있다. 스포츠 세단까진 아니지만 스포티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7초다. 코너링도 예상보다 날카롭다. 머리를 강하게 밀어 넣으면 언더스티어 성향은 있지만 꽤나 재미있는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운전자 보조시스템도 적극적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한 차선 중앙 유지 시스템이 기본이다. 막히는 길 장거리 주행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V90 크로스컨트리와 S60은 각각 7520만원(B5 AWD Pro)과 5410만원(인스크립션)이다. 볼보는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지향한다. 아직까지 볼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정착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볼보가 쌓아 온 브랜드 전략이나 디자인에선 프리미엄 가치가 느껴진다. V90 크로스컨트리와 S60 모두 자가용으로 탐이 나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한 줄 평장점 :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외관 디자인과 개선된 연비
단점 : 실내는 모두 국화빵..센터 디스플레이 UI는 너무 올드! 개선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