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차 겨냥해 2년 만에 뚝딱…BYD가 꺼낸 ‘75% 내재화’
by신수정 기자
2026.08.24 08:54
전용 플랫폼·배터리팩까지 새로 설계하고 개발기간 약 2년
인버터 등 배터리팩에 통합한 ‘X-PACK’ 적용…충돌 안전공간 확보
배터리·모터·전력반도체까지 자체 생산…설계 변경 속도 높여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일본 경형 전기차(EV) ‘라코(RACCO)’를 약 2년 만에 개발한 배경에는 핵심 부품 대부분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차량의 플랫폼과 구동장치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춰 주요 부품을 새로 설계하면서도 개발 기간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 | BYD의 경형 전기차 ‘라코’. (사진=닛케이 오토모티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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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닛케이 크로스테크 기사를 재구성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BYD의 경형 EV 구상은 2023년 가을 열린 ‘재팬 모빌리티 쇼 2023’에서 시작됐다. 당시 일본을 찾은 왕촨푸 BYD 회장 등 경영진이 도로를 달리는 경차에 주목하면서 개발 계획이 구체화됐다.
구상에서 출시까지 걸린 기간은 약 2년9개월이다. 실제 차량 개발에는 약 2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신생 EV 업체가 신규 플랫폼을 포함해 신차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통상 약 2년이다. 일본 고유의 경차 규격에 처음 도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BYD는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 소형 EV 부품을 단순히 재활용하지 않았다. 라코 전용 플랫폼을 새로 설계했고 배터리팩과 전기구동장치인 e액슬의 구조도 크게 바꿨다.
라코는 BYD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Platform 3.0’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춰 별도로 설계됐다. 차량 길이는 3395㎜, 폭은 1475㎜다. BYD의 기존 소형 EV ‘시걸’은 길이 3780㎜, 폭 1715㎜로 라코보다 크다.
라코 개발을 책임진 양부이 BYD 오션 시리즈 상품 디렉터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했다는 관측을 부인했다. 그는 “경차에 맞춰 개발한 새로운 플랫폼”이라며 “BYD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이 정도로 작은 크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차는 폭이 1480㎜ 이하여야 해 기존 플랫폼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차량 앞부분의 설계도 바꿨다. BYD는 라코에 새로 개발한 ‘X-PACK’ 배터리팩을 적용했다. 인버터와 DC-DC 컨버터, 차량용 충전기(OBC), 전력분배장치(PDU) 등 전력전자 부품을 배터리팩 앞쪽에 통합한 구조다.
기존 BYD 전륜구동 EV는 이들 전력전자 부품을 모터·감속기와 함께 ‘X in 1’ 방식의 e액슬에 집약했다. 부품이 한곳에 모이면 공간과 고전압 케이블을 줄일 수 있지만 장치의 높이가 커지는 문제가 있다. 차체가 작은 경차에서는 앞부분의 충돌 흡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라코는 전력전자 부품을 배터리팩으로 옮기고 e액슬에는 모터와 감속기만 남겼다. 이에 따라 모터 위쪽에 공간을 확보해 정면 충돌 때 차체가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크러셔블 존’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BYD는 인버터 등을 배터리팩에 통합한 X-PACK을 양산차에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공개된 사례 가운데 유럽 스텔란티스가 인버터와 OBC 기능을 통합한 배터리팩을 개발 중이지만 비슷한 구조를 이미 양산한 업체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처럼 주요 설계를 대폭 바꾸면서도 개발기간을 약 2년으로 줄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높은 부품 내재화율이 꼽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BYD의 부품 내재화율을 약 75%로 추정했다.
BYD는 배터리 셀과 팩뿐 아니라 구동 모터와 인버터, 각종 전력전자 부품을 계열사에서 개발·생산한다. 전력전자 부품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도 BYD세미컨덕터 등을 통해 자체 공급한다.
테슬라와 중국 지리자동차그룹도 배터리와 모터, 인버터 등 전동화 핵심 부품 상당수를 내재화하고 있다. 다만 닛케이는 BYD가 배터리 개발 경험과 양산 실적에서 앞선다고 평가했다. 전력반도체에서도 테슬라와 지리그룹이 외부에서 반도체 칩을 조달해 모듈을 설계하는 것과 달리 BYD는 웨이퍼를 이용해 칩을 만드는 전공정까지 직접 맡고 있다.
양 디렉터는 X-PACK에 대해 “약 20년간 신에너지차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기술의 결과”라며 “핵심 기술을 오랫동안 자체 개발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일반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팩과 e액슬, 전력전자 부품을 여러 공급업체에서 조달하면 설계를 바꿀 때 업체별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다. BYD는 상당수 핵심 부품을 내부에서 개발하는 만큼 차량 크기나 안전 기준에 따라 부품 배치를 비교적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