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남현수 기자
2018.06.07 09:4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SUV 열풍, 큰 차 선호, 동급 최대 크기를 홍보하는 자동차들…자동차 크기는 날로 커지는데 주차장 크기는 1990년대와 다르지 않다.
셀프 세차를 하다 보면 문에 작게 콕콕 들어간 상처들이 보인다. 이런 상처들은 옆 차가 문을 열 때 부딪혀 나는 게 대부분이다. 스크래치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갈 수 있지만 차를 아끼는 사람들은 작은 상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 콕’을 예방하기 위해 단독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외관이 깔끔한 고급차를 찾아 옆에 주차를 하고, 기둥에 바짝 붙여서 주차를 하다 보면 ‘왜 애초에 주차 공간을 크게 만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현행 주차장 관련 규정은 1990년 개정된 이후 3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올 2월 국토교통부는 ‘주차장법 시행규칙’을 개정,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 규칙의 주요내용은 ‘문 콕’ 사고방지를 위해 일반형 주차장의 폭을 기존 2.3m에서 2.5m로 확대하고, 2012년에 시행된 확장형 주차장도 기존 2.5m(너비)×5.1m(길이)에서 2.6m(너비)×5.2m(길이)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중·대형차량 비율이 높아지면서 ‘문 콕’ 사고가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문 콕 사고로 인한 보험청구 건수는 2014년 2200여 건에서 2016년 3400여 건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주차구획 크기가 매우 협소한 탓에 그간 승·하차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규칙 개정으로 주차 사고와 주차 갈등이 줄어드는데다 주차 시간 절감, 불편 해소 등 사회적 비용 또한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개정안 발표 후 국민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반응도 있다. 요즘 국산차 중 가장 잘 팔리는 싼타페TM의 경우 전폭이 1890mm, 전장이 4770mm다. 만약 차량을 주차 구획 가운데에 정확하게 세운다고 하더라도 옆으로 도어 체크 링크(도어의 열림 상태를 유지하는 링크)의 1단계 걸림 정도에 해당하는 60cm정도밖에 남지 않게 된다. 국산 MPV차량 중 가장 인기있는 기아 카니발의 경우 전폭이 1985mm, 전장이 5115mm에 달하기 때문에 승·하차 시 남는 공간이 싼타페보다 훨씬 적다.
물론 주차를 하기 전에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객들은 먼저 내려 주고 주차구획 한 가운데 정확하게 주차를 하면 법 개정 전보다는 공간 여유가 좀더 생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주차를 주차구획 한 가운데에 정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직각 주차나 사선 주차에만 해당되는 내용으로 평행 주차 구획의 공간은 전과 동일하다. 우리나라 평행주차 구획의 길이는 5000mm로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이 6000mm를 권장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 확장형 주차장의 경우 전체 주차장의 30%만 시공하면 되는 현 법령도 문제다. MPV나 SUV처럼 크기가 큰 차량들은 확장형 주차장을 찾기 위해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아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