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쿠퍼 S 컨버터블 시승기 - 미니, S 그리고 오픈 에어링의 조합

by김학수 기자
2017.07.10 09:36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2017년도 어느새 여름의 절정이 되었고, 태풍의 상륙 소식과 장마 소식이 연달아 이어진다. 이런 날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는 컨버터블의 시승에 나선 기자의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미니의 디자인에 S의 달리기 실력, 그리고 오픈 에어링의 조합은 분명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루프를 열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았다.

잠시 즐길 수 있던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무슨 맛이었을까?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미니 쿠퍼의 혈통다운 콤팩트한 차체를 자랑한다. 이전의 미니 쿠퍼보다 전장과 전폭, 휠 베이스를 모두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은 3,960mm에 불과하며 전폭과 전고 역시 1,727mm와 1,415mm에 불과하다. 휠베이스 역시 28mm가 늘었지만 2,496mm로 미니 고유이 콤팩트하고 경쾌한 감성을 암시한다. 참고로 공차중량은 1,375kg에 불과하다.

미니 고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디자인

짧은 전장과 독특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컬러링은 말 그대로 미니스러웠다. 미니 쿠퍼 3도어를 기반으로 한 미니쿠퍼 S는 마치 루프가 소프트 톱으로 제작된 것 외에는 ‘미니 쿠퍼 3도어’ 그 자체처럼 보였다. 물론 S로 상징되는 경쾌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암시하고, 이를 증명하는 디자인 요소는 빼놓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전면 디자인은 미니 고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프론트 그릴과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시선을 집중시킨다. 참으로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이 디자인이 질릴 때가 되었지만 ‘미니’ 그 자체의 아이덴티티가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 여기에 보닛 위의 에어 스쿠프나 붉은 색으로 칠해진 S 엠블럼 역시 미니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강조한다.

측면은 역시 짧은 휠베이스가 시선을 끈다. 미니 특유의 짧은 차체와 차체 대비 큼직한 알로이 휠도 추가도 더해져 ‘캐릭터스러운’ 미니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20초 이내에 개폐가 가능한 소프트 톱을 모두 개방했을 때에는 트렁크 공간에 수납되는 것이 아니라 리어 펜더 뒤쪽으로 포개져 있는 모습이라 클래식한 재미도 느껴진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후면 디자인 역시 손색 없는 미니의 감성이 돋보인다. 미니가 최근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독특한 감성을 가진 후면 디자인을 선보여 왔지만 역시 미니에게는 큼직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중심으로 하는 미니 쿠퍼 3도어 계열의 디자인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디자인은 무척 만족스럽다.

고급스러운 감성을 품은 실내 공간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실내 공간은 미니 쿠퍼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척이나 콤팩트하다. 물론 이런 콤팩트함 속에서도 기존 2세대 모델 대비 한층 커진 차체 덕에 실내 공간이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원형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좌우 대칭 구조의 실내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미니 고유의 디자인 요소와 함께 실내 공간의 최적화를 이끌어 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는 게 익숙했던 계기판 역시 이제는 스티어링 휠 뒤쪽이 자신의 자리라고 말하는 것 같고, 그 덕에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만족스럽다.

차량의 발전 속에서 고유한 디자인을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미니는 그것을 해내고 있다. 스티어링 휠이나 센터페시아의 조작 패널은 미니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기능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표현까지 더해지며 만족감을 높였으며 시인성이 우수한 HUD까지 더해지며 운전자를 미소 짓게 만든다.

시트를 살펴보면 브라운 컬러가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고급스러움을 느낀 체스터 천연 가죽 시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차체가 커진 3세대 미니를 기반으로 한 모델에 맞춰 체격이 큰 성인 남성에게도 비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 실제 1열의 레그 룸이나 헤드 룸이 무척 넉넉하게 구성되어 있어 키가 큰 운전자라도 부담 없이 탈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다만 2열 공간은 역시 아쉽다. 키가 188cm인 기자가 시트 포지션을 앉고 2열 공간을 보고 있자면 ‘적재 공간’ 외에는 사용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물론 체스터 가죽의 고급스러운 감성이나 착좌감을 고려한 시트 디자인은 미니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톱을 벗겼을 때 차체 위쪽으로 노출되어 적재되는 방식임에도 트렁크 공간이 소프트 톱 개폐 여부에 따라 적재 공간이 달라지는 건 다소 아쉽다. 기본적인 적재 공간은 215L이며 소프트 톱을 벗겼을 때에는 160L으로 줄어든다. 2열 시트를 폴딩하여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부족한 적재 공간을 개량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S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파워트레인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보닛 아래에는 S 라는 이름에 걸맞은 출중한 출력을 자랑하는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192마력과 28.6kg.m의 토크를 내는 2.0L 트윈 파워 터보 엔진은 6단 스포츠 변속기의 조합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7.1초 만에 주파하며 최고 속도는 228km/h에 이른다. 한편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1.6km/L(도심 10.4km/L 고속 13.5km/L)이다.

짜릿하면서도 경쾌한 드라이빙의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자 한층 넓어진 1열 공간에 괜스레 3세대 미니 쿠퍼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잠시 후 고개를 돌려 2열 공간을 보면 ‘결국 미니는 미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든 만족감이 높은 체스터 가죽으로 만들어진 시트를 조절하고 본격적이 주행을 위해 시동을 걸어 엔진을 깨웠다.

엔진을 깨우면 제법 존재감이 느껴지는 사운드가 전해진다. 극단적인 스포츠 모델이 아닌 만큼 아이들링 시의 존재감을 큰 편은 아니지만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작은 차체 덕에 경쾌한 드라이빙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이윽고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겨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제법 생기 있는 가속감이 돋보인다. 공차 중량이 가벼운 만큼 192마력과 28.6kg.m의 토크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가속이 가능했다. 특히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을 때 잠시 힘을 모으는 척 하다 앞으로 튀어 나가는 미니 특유의 고-카트 감성이 더해지며 그 즐거움의 정도에 힘을 더한다.

물론 수치적인 출력에서 큰 만족감이 높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극단적인 출력을 자랑하는 JCW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화창한 하늘 아래, 살랑 살랑 전해지는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엔’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출력이 조금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JCW는 아무래도 드라이빙에 집중하게 되니 말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192마력과 28.6kg.m은 발진은 물론 추월 가속과 고속 영역에서도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프트 톱의 차음성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외부 소음이 실내로 제법 많이 유입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단화의 부재가 아쉬울 것 같았던 6단 스포츠 변속기는 막상을 주행을 해보니 아쉬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변속 반응이나 체결감 그리고 부드러운 동력 전달 등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고속 주행에서 다단화의 이점을 가져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미니와 BMW의 구분을 짓기 위한 브랜드의 선택이고 또 6단 변속기는 그 만의 매력도 충분해 이대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량의 움직임은 2세대와 비교한다면 많이 유연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컨버터블의 잘못이 아니라 3세대 미니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있다. 승차감을 위해 노면의 충격을 덜어내고 차체를 키우며 조금 더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강조된 것이다. 과거 미니처럼 노골적인 노면 정보 전달과 마지막까지 노면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량이 물렁해진 건 아니다. 견고하게 다듬어진 차체는 루프를 개방한 상태에서도 어지간한 움직임에서는 차체가 힘겨워한다는 느낌은 들 일이 없고 움직임도 미니 고유의 날카롭고 경쾌한 감각이 전해진다. 단순히 루프에 소프트 톱을 얹는 것이 아니라 컨버터블을 개발하며 전용의 튜닝을 거친 결과라 생각된다.

덕분에 일상 주행 환경에서는 미니 쿠퍼 S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주행 중 루프 개방 가능 속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일반적인 컨버터블 모델들은 시속 50km 전후에서도 루프 개폐가 가능한데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이보다 더 낮은 속도에서 작동된다. 여기에 다만 소프트 톱 개폐를 떠나 후방 시야가 다소 좁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데 이 부분은 운전자의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좋은점: 미니 쿠퍼와 드라이빙과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하나로 묶은 존재감

안좋은점: 비좁은 2열 공간과 아쉬운 차음성

확장을 추구하는 미니의 즐거움을 말하다

미니는 3세대 미니 쿠퍼 시리즈를 선보이며 미니 브랜드의 확장과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더 이상 미니스럽지 않을 체격의 차량들이 등장하고 있고, 다양해지는 포트폴리오로 유니크함보다는 대중성까지 갖춰가고 있는 상태다. 이런 과도기 상황에서 오픈 에어링이라는 어쩌면 원초적인 즐거움을 주는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미니가 ‘여전히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존재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