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 SUV ID.4 인테리어..혁신보다 안정 택했다
by남현수 기자
2020.09.18 09:52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폭스바겐이 이달 말 공개 예정인 첫번째 순수 전기 SUV ID.4 인테리어를 공개했다. 지난주 외관 공개에 이은 사전 마케팅이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라인업 ID.3 해치백에 이은 두 번째 모델이다. 현재까지 외관은 큰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이랑 엇비슷했다. 하다못해 아우디 e트론은 사이드미러를 전격적으로 없애고 카메라로 대체하는 작은 혁신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폭스바겐 전기차는 아직 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가 생소하던 2010년대 초중반만 해도 긴 주행거리, 폭발적인 가속력, 첨단 IT 장비가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 등 선택지가 늘어난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소형 해치백부터 대형 SUV까지 다양한 전기차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에 가세하는 것. 럭셔리한 실내 또는 차별화한 외관 디자인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대표적으로 아우디 e트론, 푸조 e-208, 르노 조에 등이 있다.
ID.4 실내는 ID.3와 유사하다. 전기차 특징을 찾기 어렵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폭스바겐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넉넉한 공간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사용해 동급 세그먼트 중에서 가장 넓다고 주장한다. 폭스바겐 역시 ID.4 인테리어 최대 강점으로 공간감을 내세운다. 넓은 도어와 높은 시팅 포지션은 승하차 편리함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개방감까지 선사한다는 것. 2열 승객을 위한 파노라마 선루프도 개방감을 주는 요소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무려 543L에 달한다. 2열을 폴딩하면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실내에서 도드라지는 특징은 윈드 스크린 하단에 위치한 라이트 스트립이다. 폭스바겐의 모든 ID 모델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빛을 통해 구동 시스템의 작동, 차량의 잠금 및 해제, 운전 보조 시스템 및 내비게이션 정보, 전화 수신, 차선 변경 알림 등을 전달한다. 운전자의 시야 분산을 최소화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유용한 시스템이다.
새롭게 적용된 편의장비를 제외하면 디자인 혁신을 찾기 어렵다. 스티어링휠 뒷 편에 자리한 독특한 스타일의 기어노브가 그나마 눈에 띄는 포인트다. 아우디 E트론의 기어노브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E트론과의 차이는 기어노브의 위치다. E트론 기어노브는 센터 콘솔에 위치한다.
디지털 계기반이나 센터 디스플레이는 너무 평범해 기존 내연기관과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 우선 크기도 15인치는커녕 12인치도 못되는 수준으로 작아보인다. 디스플레이 아래에 위치한 공조기 조작 버튼을 터치 방식으로 처리한 것 정도가 기존 내연기관과의 차이점이랄까. 터치 조작의 적용만으론 전기차 독창성을 드러내기 어렵다.
ID.4와 경쟁 상대인 테슬라 모델Y는 인테리어에서 혁신을 보여준다. 계기반을 아예 삭제했고, 대부분 물리 버튼을 15인치 디스플레이에 몰아 넣었다. 결과적으로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는 말끔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완성했다.
폭스바겐 ID.4는 테슬라 보다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델을 병행하는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콘셉이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타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넘어올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전기차 거부감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ID.4와 경쟁할 현대 코나 EV와 기아 니로 EV는 내연기관 모델에서 엔진과 변속기를 들어내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얹었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 만의 디자인 특징을 찾기 어렵다. 그릴과 휠 디자인 정도만 다를 뿐이다.
니로 EV는 다이얼 방식의 기어노브를 기아차 중 가장 먼저 적용한 것 외에 특징을 찾기 어렵다. 여전히 물리 버튼으로 모든 조작이 이뤄진다. 모델Y가 15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것과 달리 센터 디스플레이는 8인치에 불과하다. 계기반에 차지, 파워 등과 같은 게이지만 빼면 전기차라는 점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코나 EV 역시 마찬가지다. 1회 충전으로 최대 406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전기차 만의 독창성이 없다. 현대차가 최근 두루 사용하는 버튼식 기어가 적용돼 그나마 수납 공간이 여유롭다는 게 특징이다. 니로 EV보다 크기를 키운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도 포인트다. 전용 플랫폼이 아니라 내연기관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 넉넉한 실내 공간도 구현하지 못했다.
폭스바겐 ID.4가 디자인 포인트보다 넉넉한 공간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기차만의 차별화를 찾기 어려운 디자인이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해 여유로운 공간을 갖췄다는 점이다. 내연기관 브랜드가 개발한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때문에 전기차만이 가질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로 ‘프렁크’라 불리는 앞 트렁크가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코나 EV와 니로 EV 모두 프렁크가 없다. ID.4에 대한 정보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ID.3에 프렁크가 없는 점을 감안해 볼 때 ID.4 역시 프렁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순수 전기 브랜드 ID 시리즈를 선보이며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급진적인 변화보단 기존 폭스바겐 고객층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점진적 전략을 택했다. 확실한 점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테슬라와 비교했을 때 콘셉 자체가 다르다. 테슬라는 내연기관을 만들지 않가 기존 고객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과감한 혁신이 최대의 경쟁력이다.
ID.4는 이달 말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국내 출시는 서둘러야 내년 상반기다. 최근 푸조 e-2008과 같은 수입 전기 SUV 반응이 상당히 좋다. 그런 점에서 폭스바겐도 한국 진출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