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동차 굴기]②대륙 업고 큰 한국차, 훌쩍 큰 中기업에 '긴장'

by김형욱 기자
2017.12.10 15:03

현대·기아차, 中시장 재건 모색하며 고급화·신시장 개척도

현대기아차 양재동 사옥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중국은 현대·기아자동차가 판매량 기준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돼 준 ‘고마운’ 시장이었다. 그러나 중국 토종기업이 자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훌쩍 커 버리며 한국차의 중국 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적으론 전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차의 최대 위협 요소로 다가올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차에 중국 시장은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거대한 발판이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2002년 3만대에서 지난해(2016년) 179만대로 60배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270만대이던 세계 판매량이 지난해 788만대까지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 같은 신흥국 자동차 회사가 전 세계 시장을 3등분하던 미국·유럽·일본 자동차 회사의 틈을 깨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차는 15년 새 20배 이상(2002년 112만대→2016년 2400만여대) 커진 중국 시장에서의 양적 팽창을 발판 삼아 북미·유럽 등 나머지 시장에서도 7위권 자동차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대 이후 중국은 현대·기아차 같은 외자기업에 대한 규제와 함께 자국 토종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지난해 사드 보복은 그 절정이었다. 한때 200만대를 바라보단 중국 내 연간 판매량은 5년 전 130만대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연스레 현대·기아차의 전 세계 판매량도 5년 전인 600만대 선으로 후퇴가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차의 중국 시장 부진이 최근 해빙 무드인 사드 보복 때문만이 아니란 게 더 큰 문제다.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어느덧 절반(46%·상반기 기준)을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스포츠목적차(SUV), 다목적차(MPV) 시장 점유율은 각각 59%, 85%(1~10월 기준)로 외자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차는 단순히 중국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신흥시장, 미국·유럽 같은 선진시장에서 중국차와 경쟁을 벌여야 할 숙명이다.

한국차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보인 현대차(005380)는 올 10월 BMW의 고급차 플랫폼 전문가 파예즈 라만을 영입하는 등 고급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 영입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차와의 브랜드·기술 격차를 벌리자는 취지다. 지금껏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인수합병(M&A)이나 타 기업과의 파트너십 전략도 내부적으론 좀 더 공격적으로 바뀔 조짐이다. 이와 함께 동남아 등 신시장 개척도 구체화한다.

사드 갈등이 누그러진 중국 시장의 재건도 모색한다. 중국 내 사업 환경이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시장이고 성장 가능성도 크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킨지는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300만대에서 2022년 3010만대로 연평균 5%씩 성장하리라 전망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9월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차 총경리(CEO)에 화교 출신 ‘중국통’ 담도굉 부사장을 임명하고 중국 내 최고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중국 조직 재편에 나섰다. 현지 판매 모델도 승용차 위주에서 벗어나 급성장 중인 SUV로 바꾸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중 중국 내 SUV 판매 모델을 현 4종에서 2020년까지 7종으로 늘린다. 현대·기아차는 또 올해부터 2020년까지 각각 5종의 친환경 신차를 출시한다. 중국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부응한다는 취지이다. 현대차는 올 8월 중국 시장에 위에둥(아반떼HD) 전기차를 출시했고 기아차(000270)는 10월 현지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자체 브랜드 ‘화치’ 이름으로 전기차 300E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