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프라이드', 손주는 EV로 탄다…전기차 '컨버전'의 세계
by이다원 기자
2025.01.28 14:29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전기차 전환
올드카 감성 그대로 친환경 개조
북미·유럽서 인기…개조 키트 판매도
국내서도 실증 개시…액센트 등 개발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할아버지가 타던 기아 ‘프라이드’가 전기차로 재탄생한다.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해 전환하는 ‘전기차 컨버전’이 주목받고 있다.
기아 영국법인은 지난해 브랜드 80주년을 맞아 지난 1993년 출시한 프라이드 5도어 LX를 전기차로 개조해 공개했다. 보닛을 열면 엔진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묵직한 배터리가 자리잡고 있다. 기아 영국법인은 현지 EV 컨버전 업체와 협력해 프라이드를 전기차로 탈바꿈했다.
| 기아 프라이드 EV 컨버전 모델. (사진=기아 영국법인) |
|
10kWh 배터리팩 2개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WLTP 기준 193㎞다. 최고 출력은 109마력, 최대 토크는 24㎏·m이다.
이처럼 내연기관 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기차 컨버전은 내연기관 차의 엔진과 변속기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해 차량 동력원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차량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파워트레인(동력계)만 바꾸는 식이다.
‘올드카’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활용하되, 차량의 감성과 디자인은 유지할 수 있어서다. 기술적 혁신을 넘어, 개인의 추억과 감정을 지닌 올드카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다시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다.
| 기아 프라이드 EV 컨버전. (사진=기아 영국법인) |
|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지난 몇 년간 차량 컨버전이 급격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적 내연기관 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업체를 중심으로 전문 개조에 나서는 사례뿐만 아니라 전기차 전환 키트를 판매키도 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직 마켓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5억달러(약 3조 5000억원) 수준이던 EV 컨버전 키트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68억달러(약 9조 8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안전성이다. 엔진을 제거하고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정교한 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기적 안정성과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수많은 내부 전선들을 하나씩 연결하는 작업까지 거쳐야 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양산 전기차와 달리 내연기관 엔진 자리에 배터리를 탑재해야 해 충분한 배터리 동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도 단점이다.
| 개조전기차 주행 안전성 실증사업.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
우리나라에서는 컨버전이 ‘개조전기차’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2010년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튜닝 관련 법을 제정하면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022년 정부는 전라남도 영암·목포 일대를 개조전기차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고 주행시험 안전기준 제시를 위한 실도로 주행을 허용해 관련 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이 특구에서는 현대차 액센트부터 아반떼, 쏘나타, 기아K3 등을 실증 대상으로 삼고 전기차로 개조하는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