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없으면 허전해'…HUD, 옵션에서 필수 장치로
by이배운 기자
2026.01.29 06:00
고급차 전유물에서 대중 옵션으로…AR HUD로 진화중
시선 분산 줄이는 '안전 인터페이스' 역할 확대
차량 기능 복잡한 SDV 시대, HUD 중요성 더 커져
완전 자율주행 시대엔 콘텐츠 투사하는 핵심 경쟁력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과거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있으면 멋있고 없어도 그만’인 고급차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계기판을 내려다보지 않고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발상은 획기적이었지만, 실제로는 하이엔드 브랜드 최고급 모델에만 적용되는 기술력 과시용 옵션에 가까웠다.
그런데 요즘 신차 시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HUD는 어느새 빠지면 섭섭한 주요 옵션으로 자리 잡았고, 운전자들 사이에선 “한 번 익숙해지면 다시 빼기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동차의 디지털화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량이 급증하면서 HUD는 이제 단순한 보조 장치를 넘어 주행 경험을 끌어올리는 핵심 장치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HUD는 자동차가 아니라 전투기에 먼저 탑재된 장치였다. 전투기 조종사는 고개를 돌려 계기판을 확인할 여유조차 없는 만큼 전방을 주시한 채 비행 정보를 확인하도록 HUD가 고안된 것이다.
자동차용 HUD는 1988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양산차에 처음 적용했다. 초기 HUD는 계산기 화면과 유사한 방식으로 속도와 기어 위치 등 제한된 정보를 단색으로 표시하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쳤다. 표시 영역은 작은데 비용은 상당히 비싼 탓에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HUD에도 고해상도 컬러 표현이 적용돼 시인성이 크게 개선됐다. 내비게이션의 복잡한 경로 안내는 물론 도로 표지판 정보까지 다채로운 정보를 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비용 부담도 대폭 낮아지면서 HUD는 사치스러운 옵션에서 벗어나 운전자 경험을 바꾸는 실용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최근 HUD는 증강현실(AR) 기술과 결합해 내비게이션 경로, 차선 변경 시점, 전방 위험 요소를 실제 도로 위에 겹쳐 보여주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앞유리에 차선과 안내 화살표가 떠오르듯 표시되면서 운전자는 지금 어느 차선을 유지해야 하는지, 언제 차선을 바꿔야 하는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읽는 지도’에서 ‘보이는 길’로 진화한 셈이다.
이처럼 HUD가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줄이고 전방을 주시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만큼, 업계에서는 HUD를 단순한 편의 사양에 그치지 않고 ‘안전 장비’로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속도와 주행 보조 상태, 경고 메시지 같은 핵심 정보를 운전자의 시야 안에 직접 띄워 줌으로써 계기판이나 센터 디스플레이로 시선을 옮기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 홀로그래픽 HUD 사용 예시 (사진=현대모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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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반 자율주행 기술이 양산차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운전자가 경고를 즉각 인지하고, 필요한 순간 주행을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주행 보조가 작동하더라도 예외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재개입이 안전의 마지막 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HUD는 전방을 주시한 상태에서도 핵심 경고와 주행 상태 정보를 즉시 전달할 수 있는 장치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전환이 진행될수록 HUD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DV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이 계속 확장되는 구조다. 그만큼 주행 보조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 어떤 이유로 속도를 조절하는지 등 차량 기능 정보를 더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차량의 상태를 운전자에게 설명하는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HUD가 커질수록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함께 커진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HUD의 경쟁력은 정보를 최대한 많이 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시야와 인지 부담을 줄이면서 핵심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설계에 달려 있다. HUD의 진화가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인 동시에 인간 중심 사용자환경(UI) 설계의 진화인 이유다.
| | 현대모비스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 시연 장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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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HUD의 역할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운전자가 조작에서 벗어나면 차량은 이동 수단을 넘어 휴식과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바뀐다. 이때 전면 유리를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하는 ‘전면 유리 전체 HUD’는 차량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이 아니라, 이미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HWD)’를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 HUD가 운전석 전면 일부에 정보를 투사하는 데 그쳤다면, HWD는 전면 유리 전체를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한다.
HWD는 속도와 내비게이션, 운전자 보조 정보뿐 아니라 영화와 음악 같은 콘텐츠까지 표시할 수 있다. 전면 유리를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해 정보의 크기와 위치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시인성과 몰입감도 한층 강화된다. 운전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띄우고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콘텐츠 중심의 화면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콕핏 기술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북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수주 계약을 맺고 2028년 HWD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SDV 열풍이 거세지는 지금, HUD 역시 단순한 표시 장치를 넘어 차량과 운전자를 연결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때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옵션에 불과했지만, 머잖은 미래에는 주행 경험과 안전, 그리고 즐거움까지 책임지는 ‘없어서는 안 될’ 기술로 올라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