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현대차그룹, 트럼프 관세 대비법 '고심'
by정병묵 기자
2025.02.02 15:16
트럼프, 4일부터 멕시코 수입품 25% 추가관세 부과
멕시코에 공장 둔 기아 연 9000억원 매출 감소 전망
"캐나다 선적 비중 늘릴 것…美 생산량 확대 등 대응"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비상에 걸렸다. 미국 우회 수출을 위해 완성차와 주요 부품 공장을 멕시코에 둔 터라 이번 추가 관세 부과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국에 대해 10% 관세를 추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지명자가 미국 내 리스용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 “이제 끝내야 한다”고 한데 이어, 비로소 관세까지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우선 25% 추가 관세 부과에 직격탄을 맞는 곳은 기아(000270)다. 기아는 2016년 준공한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시 소재 공장에서 연간 25만대의 차량을 생산 중이다. 이 중 지난해 기준 ‘K4’ 한 차종 12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소형 세단 K4는 올해 1월 미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29% 증가할 정도로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사 현대위아(011210)도 몬테레이시에 있는 공장에서 자동차 엔진 등을 생산 중이라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멕시코산 제품 25% 관세 부과 시 기아의 예상 손실액은 연 9000억원가량이다. 또한 산업연구원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자동차 수출이 최소 7.7%에서 최대 13.6%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조정 및 판매단가 인상,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대응을 고심 중이다. 기아 관계자는 “멕시코에서 (미국이 아닌) 캐나다로 선적을 추가로 더 할 수 있다”며 “향후 공급망 관리를 효율적으로 바꿔 부담을 낮추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가 부가되는 만큼 단기적으론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이나 생산비 조정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소재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이오닉5에 이어 아이오닉9을 생산하며 올해 하이브리드차도 양산할 예정이다. 기아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EV9 외에 EV6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앨라배마주 공장이나 HMGMA의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70% 이상은 물량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 변화와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