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체로키 2.2 4WD 시승기 - 지프가 만든 현대적 SUV의 가치

by김학수 기자
2017.08.25 08:23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정통 오프로더의 집안에서 태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프 체로키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븐 슬롯 프론트 그릴을 어딘가 괴기스럽게 다듬은 그 디자인을 보고는 순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체로키의 그 디자인은 2017년 8월 현재까지도 체로키에만 부여되며 .다른 지프들은 여전히 지프 고유의 감성을 유지하며 브랜드의 아이텐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어쩌면 너무나 실험적이었던 체로키의 디자인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2017년 8월, 체로키를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지프 체로키는 지속적인 몸집 키우기 경쟁이 이어지는 중형 SUV 시장을 위한 차량이다. 4,620mm의 전장과 1,860mm의 전폭 그리고 1,710mm의 전고를 갖췄다. 이는 BMW X3에 비해 전장이 다소 짧은 수준이지만 전폭이나 전고는 비슷하거나 체로키가 조금 더 긴 편이다. 한편 휠 베이스는 2,720mm이며 공차 중량은 AWD 시스템을 더하며 2톤에 육박한다.

유니크한 스타일을 더한 SUV

서두에서 밝혔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데뷔 초기 체로키의 디자인을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지프의 아이덴티티를 억지로 유지시킨 듯한 구성에 분리형 헤드라이트를 구현한 그 모습이 정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 지프라고 한다면 견고하고 탄탄한 이미지가 아니던가? 솔직히 말해 데뷔 시기부터 ‘시야 밖으로 밀려난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 체로키의 디자인을 다시 보고 있다. 세븐 슬롯을 유지하며 유니크한 감성이 돋보이는 헤드라이트, 근육질의 전면 범퍼를 보고 있자면 그것대로 매력적인 디자인이라 생각이 든다. 게다가 시트로엥 C4 칵투스, 현대 코나 등 최근의 SUV들이 유니크함으로 무장하는 모습 역시 떠오르며 체로키의 디자인 변화가 ‘앞선 자’의 과도기였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어쨌든, 전면부에서 세련된 감각을 강조하며 곡선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것에 이어 측면의 디자인도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성을 담은 모습이다. 애초에 정통, 하드코어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완벽한 오프로더’라기 보다는 지프의 감성이 적절히 담겨 있는 SUV라는 느낌이 든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대목이다. 깔끔한 면의 구성과 클리어 타입의 커버가 돋보이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의 적용이 마음에 든다. 물론 화려하거나 강인한 느낌은 아니지만, 균형감이 돋보이는 잘 만들어진 SUV라는 느낌이다. 덧붙여 듀얼 타입으로 마무리된 머플러 팁 역시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힘과 안정감이 돋보이는 실내 공간

지프 체로키에게 있어 가장 마음에 드는 요소를 고르라면 실내 디자인을 택하고 싶다. 체로키의 실내 공간은 SUV 고유의 강인한 감성과 FCA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진 대시보드와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 그리고 FAC 그룹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각종 버튼, 다이얼 등이 시야를 채운다. 다만 ‘최신의 것’이라기 보다는 익숙한 FCA의 감성이 강하다는 점은 젊은 소비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

브랜드의 감성이 돋보이는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은 신선한 맛은 떨어지지만 시각적인 만족감과 사용자 입장에서의 ‘사용성’ 부분에서도 분명 우수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경우에는 버튼의 수를 조금만 더 줄일 수 있다면 전체적인 만족감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느껴지며, 계기판의 경우에는 레드존을 독특하게 표현한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 유커넥트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인 차량들이 와이드한 비율을 채택한 것과 달리 세로로 다소 긴 정방형을 채택했다. 덕분에 하단 부분에 많은 정보와 선택지를 배치할 수 있으며 큼직한 시야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능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 패널과 센터페시아 하단의 버튼 등을 동시에 조작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기능의 원활한 구현을 이뤄냈다.

공간을 살펴보면 1열 공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전고가 제법 높은 편이라 헤드룸에 대한 여유도 확실하고 시트포지션을 다소 높게 가져가며 레그룸에서의 공간 역신 여유를 확보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 판매되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시트의 크기가 다소 작게 느껴진 점이다.

2열 공간은 중형 SUV로서 갖출 기본적인 소양을 충족한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다만 공간에 비해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여전하다. 한편 시승 차량의 경우 썬루프 기능이 더해진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적용되었는데 넓은 시야, 개방감이 일품이었다.

끝으로 적재 공간에 대해서는 칭찬을 남긴다. 체로키는 기본적으로도 이미 넉넉한 용량이라 할 수 있는 824L에 이르는 여유로운 적재 능력을 과시한다. 게다가 트렁크 게이트의 크기도 큰 편이라 부피가 있는 짐도 손쉽게 수납할 수 있다. 게다가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1,555L까지 늘어나는 적재 공간이 나타나 그 실용성에 방점을 찍는다.

200마력과 44.9kg.m의 토크로 무장한 지프 체로키

지프 체로키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유로운 출력이 돋보이는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점이다. 실제 최고 출력 200마력(@3,500RPM)과 44.9kg.m의 넉넉한 토크를 내는 2.2L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고, 실용성을 높인 9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덧붙여 지프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4WD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에 출력을 전한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2.2km/L(도심 10.9km/L 고속 14.2km/L)다.

세련된 드라이빙 감각이 돋보이는 지프의 SUV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체로키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여유로운 공간과 넓은 운전 시야가 마음에 들었지만 다소 작게 느껴지는 시트와 시트 포지션이 아쉬운 대목이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디젤 엔진의 존재감이 살짝 드러나지만 이내 인상적인 정숙성을 선사하며 디젤 엔진의 고질적인 진동을 극적으로 억제한다.

기어 쉬프트 레버를 바꿔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무척 세련되고 가벼운 엔진 반응이 느껴진다. 가솔린 엔진의 그 맛과는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우수한 질감이다. 그리고 이런 질감이 단순히 감각적인 부분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주행에서의 만족감으로도 이어진다.

실제로 2톤에 육박하는 체중이 다소 걱정된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는 기욱에 불과했다. 200마력과 44.9kg.m의 토크는 체로키를 손쉽게 이동시켰고, 연이은 가속 상황에서 만족스러운 힘을 발산했다. 게다가 이런 만족감 뒤에는 변속기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했다. 9단 변속기는 부드러운 감성을 기반으로 다단화의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그 완성도가 우수하다.

사실 지금은 단종이 된 크라이슬러 200에서 처음 경험했던 9단 변속기는 정말 9단이 상상 속 존재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의, 체로키에 탑재된 9단 변속기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더욱 우수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운전자를 명확히 응시하며 9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다단화된 변속기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의 움직임은 운전자를 가리지 않고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손쉬운 조작이 가능한 편이다. 조향에 대한 무게감이나 조향 시의 만족감이 우수한 편인데, 더 날카롭거나 민첩하게 조율한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여 이러한 세팅을 통해 SUV가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도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스티어링 휠로 느껴지는 노면의 감각은 다소 뭉툭한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전고가 높기 때문에 상하 움직임이 큰 편이지만 막연한 미국차에 대한 편견처럼 위아래로 크게 요동을 치거나 어딘가 허술한 감성이 느껴지지 않도록 잘 조율했다. 특히 부드럽게 세팅된 브레이크 시스템과 어우러지면 대중적인 SUV로서는 정말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움직임을 선사했다.



한편 이번 시승을 하면서 2.2L 디젤 엔진과 9단 변속기의 조합으로 연출되는 효율성을 확인하기로 했는데 가양대교 북단에서 당동IC까지 이어지는 자유로 정속 주행에서는 리터 당 17.2km의 준수한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당동IC에서 한탄강 오토캠핑장까지 이어지는 지방도의 주행에서는 총 37.5km의 거리를 16.1km/L의 연비를 기록해 공인 연비를 웃도는 수치를 확인시켜줬다.

21세기, 개별 라인업에 힘을 더하는 지프 그리고 체로키

시승을 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지프 체로키는 그 동안 오프로드에 집중하고 있던 지프의 감성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차량이라는 점이다. 물론 혈통이 혈통이라 체로키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이 결코 부족하거나 아쉬운 것은 없으나 차량이 추구하는 방향은 이미 온로드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유니크한 스타일과 군더더기 없는 파워트레인 구성 그리고 고유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국내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이목을 끌기에는 5천만원대 중반(시승차 기준)의 가격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수치는 아닐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좋은점: 유니크한 스타일과 군더더기 없는 패키징

안좋은점: 유니크한 스타일과 설득력이 부족한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