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조르기] 르노삼성, '트윙고' 국내 도입을 부탁해
by김학수 기자
2017.02.14 08:24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지난해 SM6와 QM6를 연이어 출시하며 또렷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르노삼성 자동차가 2017년국내 자동차 판매 3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SM6와 QM6의 판매 촉진을 위한 판매 채널 확장과 함께 판매가 부진한 SM3와 QM3의 가치 재발견 등을 중점으로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르노삼성 자동차는 2017년, 새로운 독특한 카드 ‘클리오’를 국내 시장에 꺼내기로 했다.
SM6가 그랬던 것처럼 르노삼성 자동차는 새로운 와일드 카드가 시장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시장을 이끄는 존재의 무게감을 선사하길 바라는 눈치다. 물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유럽 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차량인 만큼 적어도 차량 자체에 담긴 경쟁력이나 상품성은 의문의 꼬리표가 필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클리오와 함께 국내에 들여온다면 좋을 것 같은 존재가 눈에 밟혔다.박동훈 사장의 발표처럼 콤팩트 모델인 메간의 국내 출시가 불투명한 이 상황에서 국내에 들여올 차량이나 있겠냐는 질문도 들릴 것 같은데, 아직 르노에게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독특한 엔지니어링이 반영된 ‘트윙고(Twingo)’라는 카드가 남아 있다.
유래 없는, 그리고 독특한 트윙고트윙고라는 이름이 낯선, 혹은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트윙고는 르노의 소형차 세그먼트를 담당한 차량으로 지난 1992년 첫 데뷔한 ‘도심형 차량’이다. 웃는 듯한 독특한 전면을 가진 작은 차체의 1세대 트윙고는 데뷔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07년 2세대 모델을 그리고 2014년부터 현재의 3세대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3세대 모델의 경우 르노와 다임러의 기술 제휴로 인해 RR 레이아웃을 적용하면서 유니크한 디자인만큼이나 더욱 유니크한 상품성을 뽐내게 됐고, 최신의 르노 디자인에 독특한 감각을 더해 트윙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는 춤의 종류인 ‘트위스트’와 ‘스윙’, ‘탱고’를 결합한 이름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일본에서 돋보이는 존재, ‘트윙고’트윙고를 거론하게 된 것은 현행의 3세대 트윙고가 일본 시장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데뷔한 3세대 트윙고의 일본 진출은 지난 2016년 9월로 글로벌 데뷔보다 약 2년 정도 뒤쳐진 시기였다.
사실 트윙고에게 일본 시장은 쉬운 시장은 아니다. 경차의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수 십 여종의 독특한 경차들이 도로를 누비고 있어 글로벌 데뷔 2년이 지난 2016년에 데뷔하는 트윙고에 쏟을 관심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트윙고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일본 내 미디어 관계자 역시 ‘독특한 존재감’을 자아내는 르노와 트윙고의 디자인과 ‘RR 레이아웃’을 통해 보다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언급하며 트윙고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크 패션카, 트윙고RR 레이아웃을 적용하며 2세대 트윙고 대비 전장을 100mm 줄인 3세대 트윙고는 3,620mm의 전장과 1,650mm의 전폭 그리고 1,545mm 전고는 르노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이는 디자인이 적용됐다. 이 크기는 아쉽게도 국내 경차 규격을 살짝 초과하는 수치다.
엠블럼을 중심으로 좌우 헤드라이트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실루엣은 르노 디자인 그 자체지만 르노의 다른 차량과 비교했을 때 더 클래식하면서도 단순하게 구성된 디자인은 마치 아이들의 장난감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사양에 따라 프론트 그릴에 프랑스의 국기의 세 가지 색상을 새겨 브랜드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기교는 절로 시선을 끈다.
측면에는 특별한 기교는 없지만 카툰 렌더링, 혹은 평면적인 느낌을 주는 라인들을 그려 넣어 보는 즐거움을 자랑하며 RR 레이아웃 고유의 짧은 전, 후륜 오버행을 적용해 2,490mm의 긴 휠베이스 연출했다. 차체 대비 긴 휠 베이스는 작은 차량에 시각적인 안정감은 물론 실내 공간에 대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후면에는 단순한 디자인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검은색 트렁크 게이트 패널을 통해 차량의 색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르노 트윙고는 미니, 시트로엥 혹은 피아트 같이 유니크한 디자인을 앞세워 ‘도심 속 패션카’ 혹은 ‘도로 위 패션카’ 등과 같은 포지셔닝을 합리적인 성격을 드러내면서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단순하게 그리고 감각적으로르노 트윙고의 실내 디자인은 작은 차체에 걸맞은 앙증맞음이 돋보인다. 귀여운 비례가 돋보이는 스티어링 휠과 작은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센터페시아, 그리고 QM3의 공조기 컨트롤 패널을 더한 대시보드는 소형 혹은 경차가 갖춰야 할 ‘합리적인 구성’을 반영했다. 여기에 단순하게 그려진 계기판은 ‘감각적인 이동 수단’의 존재감을 강조한다.
차체 대비 휠 베이스가 넓은 만큼 2열 공간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공간을 자아냈다. 일본에서는 ‘르노 트윙고는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성인 남성 네 명이 함께 할 수 있다’며 공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엔진룸을 최소로 줄인 RR 레이아웃의 특권이라 할 수 있겠다.
두 개의 엔진을 준비한 트윙고르노는 현재 일본에서 두 개의 소형 엔진을 적용한 트윙고를 판매하고 있다. 직렬 3기통 1.0L 엔진이 기본 사양으로 71마력과 9.3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5단 수동 변속기와 호흡을 맞췄다. 참고로 수동 모델은 공차 중량이 960kg로 1톤도 안 되는 산뜻함을 자랑한다.
한편 터보 차저가 적용된 0.9L 엔진은 최고 출력 90마력과 13.0kg.m의 토크로 1톤이 갓 넘는 작고 가벼운 차체를 가볍게 다룬다. 6단 EDC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되어 경쾌한 변속감과 리터 당 21.7km(JC08 기준)의 우수한 효율성을 자랑한다. 참고로 트윙고는 후륜 구동으로 동급의 차량 대비 더욱 경쾌한 드라이빙을 자랑한다.
참고로 트윙고의 일본 내 판매가격은 기본 모델(수동) 171만엔이며 최고 사양인 인텐스가 189만엔, 그리고 소프트 톱을 통해 세미 오픈 에어링을 느낄 수 있는 인텐스 컨버스 탑이 199만엔으로 차체 크기로는 다소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그 매력과 상품성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까지 제시하고 있다.
르노삼성, 트윙고를 부탁해트윙고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도입을 검토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먼저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면 각 세그먼트에 전형적인 상품보다는 독특한 매력이나 기존의 세그먼트를 파괴하는 오버 세그먼트 전략이 적중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각각 올 뉴 말리부와 SM6를 앞세우고 국내 자동차 시장에 획일화의 기준이라 할 수 있던 ‘중형 세단’의 세그먼트를 극복하는 ‘오버 세그먼트’ 전략을 선사했다.
그리고 2017년, 두 브랜드의 패기 넘치는 도전은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이뤄냈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는 제한적인 파워트레인 구성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체격과 우수한 주행 성능 및 디자인을 어필하며 총 판매량에서는 크게 두드러진 성장세를 그리지는 못했으나 가솔린 중형 세단 중에서는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했다.
한편 르노삼성 SM6는 가솔린 2.0L NA, 1.6L TCe, 1.5L dCi 그리고 2.0L LPG 모델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앞세우며 고객의 선택권을 확보했으며 감각적인 디자인과 탄탄한 드라이빙을 앞세워 ‘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이미지를 발판으로 중형 세단 시장에서 개인 대상 판매 1위와 디젤 모델 판매 1위라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
소형차 시장의 위기, 트윙고에겐 기회준중형 시장과 경차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두 세그먼트 사이에서 명확한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하고 일종의 공백 상황이 된 소형차 시장의 상황 또한 반대로 생각한다면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트윙고는 독특한 디자인과 매력적인 상품성 등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기존의 전형적인 제품과 확실한 차이를 둘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소형차들은 특색은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인이나 상품 구성으로 인해 결국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지 못했고 결국 상품성 약화, 가격 경쟁력 약화로 경차 혹은 준중형 시장에 소비자를 뺏겨왔었다.
그러나 트윙고는 다르다. 차체 크기는 다소 작지만 합리적인 패키징을 통한 여유로운 공간과 작은 엔진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효율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감각으로 ‘패션카’의 강력한 매력과 강점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트윙고게다가 트윙고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으로서 사용할 수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을 유혹하는 패션 마케팅과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한 ‘첫 차’의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으며 수동 모델과 후륜 구동의 특성을 살려 원 메이크 레이스를 운영하여 ‘르노삼성의 모터스포츠 마케팅’의 매개체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트윙고 하나로 단 번에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국내 경차 규격을 초과하기 때문에 경차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제품이 좋다면,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 르노삼성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 아닐까? 다시 한 번 르노삼성 자동차에게 묻고 싶다. 트윙고는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