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말레이시아 자동차 이야기(2) - 말레이시아의 교통 문화를 경험하다

by김학수 기자
2017.01.28 12:26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2017년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16-17 아시안 르망 시리즈 최종전의 취재를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숙소인 쿠알라룸푸르의 도심과 16-17 아시안 르망 시리즈 최종전이 열리는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은 그 거리가 50km가 넘었으며 매일 숙소와 서킷을 오가며 취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편안한 이동 수단이 필요했고,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취재를 위해 빌린 렌터카와 함께 함께 쿠알라룸푸르의 도심과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을 오가며 만난 말레이사아의 자동차와 교통 문화는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우 핸들, 좌측 통행의 도로

한국의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스티어링 휠이 좌측에 존재하며, 도로의 우측 면을 이용해 주행을 한다. 말레시아의 경우에는 이와 정 반대를 택하고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의 자동차는 실내 공간 우측에 운전석을 마련하며 도로의 좌측 부분을 이용해 주행을 이어간다. 이는 일본이나 영국 등 섬에 존재하는 국가와 같은 방식이다.

덕분에 우-핸들(*올바른 표현은 스티어링 휠) 차량과 좌측 통행의 도로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말레이시아의 도로 위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 운전을 했을 때 가장 중요 했던 것이 달라진 운전석을 기반으로 달라지는 차선의 중심에 적응하는 것이었고, 우회전 때 역주행하지 않도록 계속 도로 사정을 의식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자 활동을 하며 우측 통행의 한국 도로에서 우-핸들 차량을 다뤄본 적은 있었으나 좌측 통행의 도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차량의 키를 건네 받았을 때에는 실수로 인해 사고가 날까 걱정이었지만 막상 운전을 시작하니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어 취재 기간 내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취재를 하며 말레이시아의 도로는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 이면 도로를 시작해 2차선 전후의 노폭과 신호등 배치가 많은 도심 도로와 쿠알라룸푸르 및 말레이시아의 주요 거점을 잇는 간선 도로 및 유료로 운영되는 고속도로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는데 간선 및 고속 도로에서는 로터리 및 갈림목(JC)를 배치해 신호로 인한 주행 속도 저하를 방지한 모습이 돋보였다.

스마트 태그와 터치 앤 고를 활용한 유료 도로 시스템

숙소가 위치한 쿠알라룸푸르부터 16-17 아시안 르망 시리즈 최종전이 열리는 말레이시아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을 오가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은 역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말레이시아의 고속도로는 우리와 같이 유료로 운영이 되는데 톨게이트에서 다양한 지불 방식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유료 도로 주행 비용을 지불할 때 하이패스를 통한 비접촉식 결제와 지폐 및 결제 카드를 기반으로 하는 수동 결제가 이루어지지만 말레이시아는 총 세가지 지불 방식을 이용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스마트 결제 시스템인 스마트 태그, 터치 앤 고 그리고 수동식 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수동식 결제 방식의 비중이 결제 방식의 비중 중에 가장 적은 수를 차지한다.

덕분에 톨게이트에는 각 게이트 상단에 터치 앤 고 및 스마트 태그 간판을 부착해 운전자가 자신의 결제 방식대로 차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수동식 결제 방식은 톨게이트의 제일 왼쪽, 즉 차선의 제일 끝에 하나 혹은 두 개의 차선에서 터치 앤 고 시스템과 병행하여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결제 방법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귀국 전 잔돈을 처리하기 위해 동전만으로 교통비를 지불하려고 하니 지폐를 달라고 말하던 직원은 정말 얄미웠다. 동전 결제 거부에 대해 따지고 싶었지만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시간도 촉박했던 탓에 결국 지갑을 열고 지폐와 동전을 섞어 결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양한 대중 교통이 마련된 말레이시아

취재 기간 동안 묵었던 숙소는 쿠알라룸푸르 중앙역(KL Central)과 닿아 있는 곳이라 많은 대중 교통을 만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지하철과 모노레일 그리고 버스 등의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며 관광업이 활발한 나라인 만큼 택시도 무척 많았다. 참고로 일부 택시들은 출발 전 가격을 흥정하기 때문에 가격을 깎을 필요가 있으며 일부 브랜드 택시는 차량의 형태와 크기 그리고 탑승자의 수와 짐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 이용의 유의가 필요하다.

한편 짧은 취재 기간이었지만 말레시이아의 대중 교통에관련해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취재 기간 동안 계속 렌터카를 이용했던 만큼 대중 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취재 막바지에 대중 교통을 이용해보기로 하고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중앙역을 찾았다.

그런데 모노레일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역 내의 직원에게 안내를 요청하니 “운영 문제로 인해 모노레일의 출발이 무척 늦어질 것 같다”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택시를 이용하라”고 말해 결국 대중 교통 체험은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보행자에겐 다소 위험한 신호등 관리

말레이시아에서는 대부분 렌터카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걸어서 이동한 일이 많지 않았지만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직후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 2km 가량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무더위 덕에 많이 지치기도 했는데 말레이시아의 보행자들의 다소 위험한 행동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거리를 다니다 보면 횡단보도용 신호등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중 멀쩡히 작동하는 신호등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많은 보행자들은 보행 신호 대신 교통 신호에 따라 횡단 보도를 건너는 일이 흔했고, 일부 보행자들은 교통 신호조차 무시하고 도로를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으면 주저 없이 횡단 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취재 기간 동안 보행자가 자동차에 치이는 교통 사고를 목격한 적은 없었지만 자칫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이 여러 번 목격하고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사고가 나지 않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사고가 나면 보행자가 더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의 보행자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다닐 필요가 있으며 신호등 역시 개보수가 필요해 보인다.

산유국 특유의 저렴한 유류비

말레이시아를 달리며 가장 즐거웠던 것은 새로운 자동차를 경험하고 새로운 도로를 달린 것도 있었지만 역시 ‘유류비’ 부담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말레이시아가 산유국인데다가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페트로나스(Petronas)가 국영 기업인 탓에 가격은 물론 품질 면에서도 우수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쉘과 페트로나스의 주유소를 한 차례와 두 차례 경험할 수 있었는데 휘발류의 기본적인 옥탄가가 95에 이르며 모든 주유소가 고급유라 할 수 있는 옥탄가 97의 휘발류를 취급했다. 게다가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 인근이라는 위치적 특성을 고려할 때에도 리터 당 2.1링깃(MYR, 한화 약 550원)의 저렴한 가격 덕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취재 기간 내내 연비에 큰 신경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