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레이스] 쉐보레 레이싱 안재모의 레이스 다이어리 (2) 새로운 희망을 본 2라운드

by김학수 기자
2017.06.19 08:09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모터스포츠 현장의 이야기를 기사가 아닌 선수들의 이야기로 듣는다면 어떨까요? 쉐보레 레이싱팀 소속으로 2017 시즌 ASA GT-1 클래스에 출전하는 안재모 선수가 직접 들려주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과연 2017 시즌, 안재모 선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본 기사는 녹취를 바탕으로 구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더블 포디엄을 달성한 쉐보레 레이싱

개막전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던 쉐보레 레이싱팀이지만 2라운드에서 곧바로 더블 포디엄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재우 감독님이 우승을, 그리고 저 역시 3위에 오르는 기분 좋은 결과를 전해드리게 되어서 무척 즐겁습니다.

저는 이번 2라운드에 우승에 오른 건 아니었지만 그 어떤 우승보다도 뜻 깊고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개막전 때 스스로에게 화나는 것도 있었지만 팀에게, 그리고 또 한국GM의 임직원분들에게도 참 죄송스러웠는데 이번 경기로 그 죄송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기분 좋은 2라운드였네요.

보다 공격적인 안재모를 위해..

이번 2라운드를 앞두고는 참 많은 생각, 그리고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사실 드라이빙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것보다는 제 성격을 바꾸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지난 겨울부터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오랜 세월 쌓인 성격이라 단 번에 고쳐지지 않네요.

사실 레이스를 하다 보면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필요한 순간 누구보다 강렬하게 달려들 수 있어야 하고, 또 배틀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많은 이미지 트레이닝 등을 빼놓지 않았죠. 그리고 공격적인 드라이빙을 펼치는 드라이버들과 공격적인 드라이빙이 돋보이는 DTM, V8 슈퍼카즈 챔피언십 등과 같은 경기를 정말 열심히 보았죠.

그리고 2라운드 예선이 끝나고 감독님에게 잘못된 습관을 하나 지적 받았어요. 작년까지 사용하던 크루즈 레이스카가 6,200~6,300RPM에서 변속을 했었는데 올해의 올 뉴 크루즈 GT-1 레이스카는 6,500RPM에서 변속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자꾸 6,200RPM에서 변속을 하니까 출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던 걸 확인하게 된 것이죠. 만약 예선부터 6,500RPM을 모두 썼었다면 ‘예선 2위에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점점 완성되어 가는 올 뉴 크루즈 GT-1 레이스카

이번 경기가 끝나고 이재우 감독님이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올 뉴 크루즈 GT-1 레이스카 역시 경쟁팀 대비 가속력 부분에서는 우위를 지키는 모습’이라고 설명하셨지만 내부에서는 이것이 100%의 컨디션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어요. 엔진을 비롯해서 아직 많은 부분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개막전보다는 한층 발전되었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엔진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이에 대한 데이터 추출 및 대응 방법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는 없겠지만 현재의 올 뉴 크루즈 GT-1 레이스카의 컨디션은 80~85%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팀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레이스카의 컨디션을 100%까지 끌어 올릴 계획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본 쉐보레 레이싱팀

사실 이번 경기에서는 제 개인은 물론이고 레이스카와 팀 전체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레이스카와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면 ‘타이어에 대한 상식을 파괴한 새로운 세팅’을 찾았고 그 결과에 대한 확신 역시 이번 경기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쉐보레 레이싱팀은 타이어의 데미지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포메이션 랩이나 웜-업 주행에서 페이스를 낮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죠. 실제 저의 경우에는 결승 레이스 직전 타이어 데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후륜 타이어의 그립 및 온도를 끌어 올렸습니다.

이런 무리한 선택은 경기 초반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은 아니었죠. 레이스카 자체를 언더스티어가 가장 크게 작용할 때의 상태로 경기를 시작하게 만들고 그 상태에서 오버스티어를 유도하는 세팅을 적용한 것이죠. 즉, 타이어의 상태에 따른 차량의 변화를 최소로 줄이는 세팅이라 할 수 있겠죠.

무리한 선택, 어쩌면 도박처럼 보인 이 선택은 경기 중반 이후, 보다 만족스러운 레이스카의 움직임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줬습니다. 실제로 경기 후반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좋은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었네요. 덕분에 팀 내에서는 새로운 방향성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소극적이다’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는 2위의 김종겸 선수와 같이 달리고 경쟁한 장면이 많았는데 사이드 바이 사이드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제가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겨울 동안 그렇게 공격적으로 변하겠다고 해놓고는 아직 덜 변한 것 같네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네요.

늘어나는 출전 대수 그리고 걱정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에서는 좋은 일이 하나, 그리고 걱정이 되는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일단 좋은 일을 먼저 이야기한다면 출전 대수의 증가라 할 수 있겠네요. 이번 경기를 보셨겠지만 ASA GT 클래스의 차량들이 40대가 넘게 참여했습니다. 특히 엔트리 클래스라 할 수 있는 ASA GT-3와 ASA GT-4 클래스가 16대로 크게 늘었죠.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한다는 점은 정말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재우 감독님도 인터뷰를 통해 말씀하셨지만 ASA GT-1, ASA GT-2 클래스는 차이가 크지 않지만 ASA GT-1 클래스와 ASA GT-3, ASA GT-4 클래스는 랩 타임이 20초 가량 차이가 나고 있죠.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개막전에서는 제가 하위 클래스의 차량과 충돌하면서 리타이어하기도 했죠.

대회에서도 고민을 하겠지만 이렇게 출전 대수가 확보된다면 ASA GT-1부터 ASA GT-4까지 네 클래스를 한 번에 진행하지 말고, 두 개 정도로 나누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요.

이렇게 많은 차량들이, 이렇게 랩 타임이 차이가 나게 된다면 하위 클래스의 선수들은 자신들의 레이스 중에 상위 클래스 때문에 제대로 달리지 못하게 될 것이고, 또 상위 클래스는 상위 클래스 대로 위험에 노출되거나 제대로 레이스를 펼치지 못해 ‘서로가 모두 힘들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개막전도 그랬지만 이번 2라운드에서도 갑자기 레코드 라인으로 진입하는 하위 클래스의 차량들 피하다가 차량의 한쪽이 허공에 뜨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혹시 충돌 사고라도 날 경우 성적을 떠나서 개인 출전을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 정말 부담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부디 대회 측에서 고민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100% 승부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꿈꾸며

올해 두 번의 레이스를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예전에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춰서 무리하거나 도박을 걸지 않았어요. 브레이킹이나 조향,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 등에서도 안정감에 집중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난 두 번의 레이스에서 조금 더 과감하고 도전하는 레이스를 해보았는데 ‘이게 되네?’라고 느끼게 된 일이 무척 많았어요. 그러니 ‘왜 진작에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이번 2라운드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레이스카의 세팅은 물론이고 제 드라이빙에서도 조금 더 도전하고 모험을 해보는 레이스를 해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더 과감하고 도전적인 운영을 해보고자 하구요. 3라운드에서의 레이스카의 세팅 역시 이번 라운드의 세팅을 한 번 더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더 강력한 쉐보레 레이싱팀을 바란다

저는 사실 쉐보레 레이싱팀이 만만해 보이거나, 혹은 ‘이길 수 있는 팀’으로 평가 받는 게 너무 싫어요. 근래의 쉐보레 레이싱팀은 ‘후반에 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올 뉴 크루즈 GT-1 레이스카, 새로운 세팅 그리고 드라이버인 저 역시 더 발전해서 경기 초반은 물론 후반에서도 더 강력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쉽게 이길 수 없는, 강력한 팀으로 느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야 말로 팀을 운영하는 한국지엠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라 생각하며 오랜 시간 쉐보레 레이싱팀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지난해 팬들도 참 힘든 시즌이라고 느끼셨을 텐데 올해는 뿌듯함을 느끼고, 쉐보레 레이싱팀의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느끼실 수 있는 시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는 6월 18일, 3라운드가 열리는 용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