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어요]포르쉐 대표 스포츠카 뉴 911, 독일 본고장 체험기

by김형욱 기자
2016.07.06 08:23

[라이프치히(독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치치칙… 레디? 렛츠 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포르쉐 라이프치히 공장 고객센터의 3.7㎞ 길이 자동차 서킷(주행장). 6대의 스포츠카 ‘911 카레라’가 안전요원의 무전 신호와 함께 굉음과 함께 질주했다. 포르쉐 911 시리즈는 독일 주펜하우어 공장에서 만들지만 고객을 포함해 대외적으로 공개된 자체 서킷은 이곳 라이프치히 공장 고객센터뿐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포르쉐 라이프치히 공장 고객센터의 3.7㎞ 길이 자동차 서킷(주행장)을 달리고 있는 포르쉐 뉴 911 카레라 모습. 왼쪽 독특하게 생긴 건물이 이곳 공장의 상징 격인 고객센터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포르쉐 라이프치히 공장 고객센터의 3.7㎞ 길이 자동차 서킷(주행장)을 달리고 있는 포르쉐 뉴 911 카레라 모습.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포르쉐 라이프치히 공장 고객센터의 3.7㎞ 길이 자동차 서킷(주행장) 주행을 준비 중인 포르쉐 뉴 911 카레라 모습.
시승 차종은 2012년 출시한 포르쉐의 대표작 911(991시리즈) 카레라의 4년 만의 부분변경 모델이었다. 세부 모델은 S(1억5250만원~)와 4S(1억6120만원~). 올 3월 말 국내에도 출시했다. 부분변경이라고는 하지만 겉만 빼곤 다 바뀐 사실상의 신차다.

주행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높인 새 엔진을 비롯해 서스펜션, 핸들, 브레이크 장치가 모두 한 단계 진화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스포츠카다운 사운드였다. 베를린에서 라이프치히까지 세 시간, 이곳 서킷에서 한 시간, 총 네 시간 동안 음악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기분 좋은 엔진음을 선사했다. 고배기량 엔진을 단 과거 911과 비슷해진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르다. 포르쉐에는 50여 음향팀이 엔진음을 다듬고 있다.

노멀·스포츠·스포츠 플러스 등 주행 방식마다 또 다른 엔진음을 내 더 재밌다. 새 911에는 핸들 왼쪽 아래 다이얼 방식의 주행 방식 변환 버튼이 새로이 생겼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라는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포르쉐 911 카레라 2016년 부분변경 모델.
포르쉐 911 카레라 2016년 부분변경 모델.
포르쉐 911 카레라 2016년 부분변경 모델.
최고출력 420마력(911 카레라 S 기준)의 새 배기량 3.0리터 6기통 트윈 터보 가솔린 수평대향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PDK)는 이전보다 늘어난 20마력만큼 더 강력한 힘을 냈다. 순식간에 시속 200㎞ 전후를 넘나들었다.

참고로 새 911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9~4.1초에 가속한다. 최고시속은 308㎞,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9.3㎞/ℓ다.

가속도 가속이지만 서킷에서의 코너링이 더 일품이었다. 핸들 조작에 따라 차체는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줬다.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더라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대중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911다웠다. 시승단 중엔 일반 여성 운전자도 있었다.

새 911에는 뒷바퀴 조향 장치가 처음 채택됐다. 핸들을 꺾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뒷바퀴가 앞바퀴와 정·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시속 30㎞ 이하 주차 땐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주차각을 줄이고 서킷 주행 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민첩성을 높여준다.

기술적으론 완전 신모델에 가깝지만 디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4년 전 신모델의 디자인 반응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아이폰과 연동하는 애플 카플레이를 비롯한 새 인포테인먼트 장치가 적용됐다. 그러나 대중 브랜드에도 고급 인포테인먼트 탑재가 보편화한 국내에서 큰 차별점은 아니다. 국내 판매 모델에는 처음으로 한글 내비게이션이 기본 탑재됐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오히려 최근 고급차에 대거 적용된 첨단 안전(자율주행) 기능은 거의 없다. 일단 추돌이 발생하면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작동해 2차 추돌 손상을 줄여주는 정도다. 물론 정속주행을 전제로 한 안전 기능을 사용하는 건 911의 재능(주행 성능) 낭비하는 일이기는 하다.

일상에서의 쾌적함을 더하고 싶다면 911 카브리올레나 911 타르가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좀 더 강력한 성능을 원한다면 2억원대의 911 터보나 터보S, GT3도 있다.

한편 이번 시승 체험 후 아쉬움도 남았다. 국내에선 이렇듯 911의 성능을 만끽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비단 이곳 라이프치히가 아니라도 뉘르부르크링 서킷 같이 내 차로 서킷을 달릴 여건이 국내보다 훨씬 좋다. 국내에선 911을 비롯한 많은 국내 스포츠카 운전자가 욕구 불만 상태로 달릴 곳을 찾아 헤메는 게 현실이다.

물론 국내에도 영암·인제 등 서킷이 하나둘 생기고는 있다. 그러나 대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외제 스포츠카’ 폭주 검거 소식은 철마다 들려온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서 자동차를 즐길 수 있는 좀 더 충분한 인프라가 아쉽다.

포르쉐 뉴 911 카레라 터보. 포르쉐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