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유리창 전체가 내비로…HUD에도 급이 있다[IAA2025]

by이배운 기자
2025.09.09 05:00

현대모비스 차세대 HUD 공개…영화까지 띄운다
운전자 몰입감, 조수석 즐길거리 동시에 확보
AR 내비게이션으로 실제 도로 위에 경로 구현
북미 수주 이어 유럽 고객사도 '정조준'

[뮌헨=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자동차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술이 새로운 진화 단계에 들어섰다. 현대모비스는 시인성과 몰입감을 대폭 강화한 차세대 HUD를 선보이며 시장의 격변을 예고했다.

현대모비스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 시연 장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모비스는 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HWD)’를 공개했다.

기존 HUD가 운전석 전면 일부에 제한된 크기의 정보를 비춰주던 것과 달리, HWD는 차량 전면 유리창 전체를 거대한 투명 스크린으로 바꿔낸다. 속도와 내비게이션, 운전자 보조 정보는 물론 영화와 음악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까지 몰입감 있게 띄운다.

직접 데모카에 올라타 보니 전시장 특유의 강한 조명과 수많은 인파로 전방 시야가 어수선했음에도 HWD가 띄운 속도계 표시는 한 치의 번짐 없이 선명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화면을 분리해 조수석에만 영상을 띄워주는 ‘프라이버시’ 기능도 구현됐다. 조수석 전면 창에서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지만 운전자는 그 사실조차 눈치채기 어려웠다. 동승자는 영화의 몰입감을 즐기고, 운전자는 방해 없이 안전하게 주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운전자에게 단순히 속도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유리 전체를 활용해 몰입형 스크린을 구현한 것이 차별점”이라며 “현재 기술 수준으로 자동차 앞유리에 내비게이션 전체 화면은 물론 영화 감상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행 중 전방 주시 의무와 관련된 규제로 실제 양산차에서는 일부 기능이 제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우선 조수석 전용 대형 스크린 솔루션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IAA 모빌리티 2025 현대모비스 부스 전경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HUD)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운전자 시야에 맞춰 전면 유리에 3D 주행 정보를 띄워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지 않아도 복잡한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다.

특히 진출해야 할 지점을 녹색과 분홍색 실선으로 표시해 출구를 쉽게 찾도록 안내하고, 방향 전환 지점도 직관적으로 알려줬다. 초보 운전자라면 흔히 고속도로 출구나 우회전을 놓치기 마련이지만, 이 기술이 있으면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을 듯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시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북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수주 계약을 맺고 2028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IAA 참가를 계기로 유럽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HUD 외에 디스플레이 혁신 기술도 선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한 플렉서블 OLED는 원하는 각도로 휘어 배치할 수 있어 야간 주행 시 눈부심을 크게 줄여준다. 여기에 촉각 피드백을 더해 화면을 스와이프하거나 버튼을 누를 때 실제 물리 버튼을 조작하는 듯한 감각을 전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HUD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차량의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북미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선제적으로 기술력을 각인시켜 글로벌 표준을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