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 변호사의 강변오토칼럼] 자동차 업계의 화두 '통상임금', 무엇이 문제인가?

by김학수 기자
2017.09.04 07:31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요즘 국내 자동차업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과 미국 시장 등 주요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 문제가 심각하고, 안으로는 파업, 내수판매 감소,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 GM의 경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철수설이 제기되고 있는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고된 기아차에 대한 통상임금 판결은 완성차 업체부터 부품업체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업계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부품업체들에 대해서는 유동성 위기와 경영난으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통상임금의 산정에 관한 판결은 선고될 때마다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반면에, 통상임금이라는 단어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통상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즉, 통상임금이 과소하게 책정되었다면 회사는 임금채권의 소멸시효 기간(3년) 내에 지급되지 않은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경우 퇴직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퇴직 전 3개월 간 지급된 총 임금의 평균값으로서 법정수당도 포함된다)까지도 상승하므로 퇴직금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국내 임금체계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 식비, 차량유지비, 상여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어떤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인지를 근로기준법 등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고 대법원 판례에서 정한 기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대법원은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면서 통상임금의 산정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라,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고(정기성),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며(일률성),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것으로서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면(고정성)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그리고 위 기준에 따를 때 명백하게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임금에 대해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는 그러한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통상임금을 산정하려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그리고 그 기준이 충족되었더라도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이번 기아차 소송과 같이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여 결국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상임금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노동시장의 기형적인 급여체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급여 인상 시 기본급 인상을 최소화하는 대신 각종 명목의 수당을 붙여 급여를 인상시킴으로써 법정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편법이 동원되었고, 그 결과 사실상 기본급과 동일한 성질의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가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각종 수당이 기본이 되고 기본급이 예외가 되는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급여체계 대신, 기본급을 정당하게 책정하고 법정수당을 제외한 각종 수당은 근로자 개개인의 근무 특성으로 인해 기본급으로 보전되지 않는 최소한의 항목에 대해서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와 같이 기본급을 높게 책정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나, 부족한 기본급을 각종 수당으로 보충하는 지금의 기형적인 형태를 취하더라도 통상임금 산정에 있어 결과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는 반면에 통상임금 산정에 따른 법률분쟁으로 인한 비용만 증가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칙대로 기본급을 기본으로 하고 수당을 예외적으로 지급하는 형태가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도 더욱 유리할 수 있다.

또한 근로자들도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는 대신 다른 주요국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생산성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구입한 국산 차량에서 허브베어링 볼트 4개 중 3개만 채워진 채로 출고된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사이드에어백으로 나가는 커넥터가 헐겁게 물려 있어 계기판에 에어백 경고등이 수시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립 불량과 QC(Quality Control) 소홀은 해당 브랜드, 나아가 한국산 자동차 전체에 대한 불신과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코 사소하게 보아 넘길 사항이 아니다. 이번 통상임금 판결이 장기적으로 노사 모두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사 모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진: 현대 모비스,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사진는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 강상구 변호사는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기업자문 및 소송, 중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기업인 보쉬코리아에서 파견 근무를 하였으며,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는 등 자동차와 법률 모두에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강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에 관한 다양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등으로 이데일리 오토in 독자들을 찾아갑니다(이메일: skkang@jeha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