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만 전기차 주행거리 짧아져"..제각각 기준 달라
by남현수 기자
2020.08.11 07: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로 치닫는다. 테슬라가 불러 온 전기차 열풍에 편승,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서둘러 전기차를 선보인다. 현대기아, 쉐보레, 르노삼성 같은 국산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을 이끌다 지난해 재규어,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세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아우디 이트론이 추가됐다. 하반기에는 수입 대중 브랜드 전기차가 속속 출시된다. 대표적으로 푸조 e-208과 e-2008 그리고 르노 조에 등이 있다.
이들은 환경부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에서 200km 중반에서 300km 초반을 기록했다. 1회 완전충전으로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속속 출시되는 만큼 소형 전기차 주행가능거리가 다소 짧게 느껴진다. 푸조의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e-208과 e-2008의 인증 주행가능거리가 각각 244km(WLTP 340km), 237km(WLTP 310km)를 기록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e-2008 온라인 출시 행사서 e-2008 실주행 거리는 300km를 넘는다고 항변할 정도다.
푸조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 EQC(WLTP 417km, 환경부 309km), 재규어 I-페이스(WLTP 480km, 환경부 333km), 아우디 E-트론(WLTP 436km, 환경부 307km) 모두 환경부 인증 거리는 400km를 넘지 못한다.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이 글로벌 기관마다 왜 차이가 큰지 분석해봤다.
해외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EPA, 유럽 연비측정 방식인 NEDC, UN산하 유럽경제개발기구 주도로 개발한 WLTP 가 대표적이다. 인증 거리 차이는 각 기관마다 다른 시험 방식에서 발생한다.
NEDC가 가장 후한 편이다. 1970년 처음 도입됐다. 오랜 기간 동안 세계 표준으로 인정 받았다. NEDC 방식은 급가속, 공조기 사용, 주행 모드 변경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주행을 시작해 멈출 때까지 달린 거리를 측정한다. 인증 시 주행하는 거리는 총 11km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가장 후한 주행가능거리가 나온다. 국내서 각각 244km, 237km를 인증 받은 e-208과 e-2008은 NEDC에서 450km와 400km를 기록했다. 유럽연합은 NEDC의 맹점을 인정하고 2017년부터 WLTP 기준을 표준으로 채택했다.
WLTP는 UN 유럽경제개발기구가 개발, 2017년 9월부터 유럽연합에서 사용한다. NEDC에 비해 인증 측정 거리가 12km 더 늘어나 23km다. 더불어 평균 속도를 47km/h로 NEDC(33.4km/h)보다 높다. 최고속도 역시 10km/h 빨라진 130km/h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푸조 e-208과 e-2008의 WLTP 주행가능거리는 각각 340km와 310km를 기록했다.
미국은 별도 인증제도를 사용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이다. 위에 언급한 NEDC와 WLTP보다 측정 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국내 환경부와 유사한 방식이다. 국내 환경부가 인증 절차나 테스트 기준을 정할 때 EPA 방식을 참고해서다. EPA는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거리를 테스트한다. 먼저 도심 시뮬레이션 장치를 이용해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주행을 한다. 고속 주행 역시 동일하게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측정한다. 배터리가 모두 방전될 때까지 주행한다. 이렇게 나온 결과값의 70%만 주행거리에 반영한다. 이는 외기 온도나, 배터리 상태, 공조기 작동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한 주행거리 편차가 커서다. 결과적으로 WLTP에 비해 평균 10~15% 주행가능거리가 짧아진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환경부도 비슷하다. 전세계서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EPA와 유사한 방식으로 시가지 모드와 고속도로 모드를 우선 측정한다. 여기에 외기 온도나 배터리 상태를 감안해 측정 거리의 70%를 산출한다. 여기까지는 미국 환경보호청 방식과 동일하다. 환경부는 여기에 더해 5-Cycle이라는 보정식을 대입한다. 시내 주행, 고속도로 주행, 고속 주행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만든 보정식이다. NEDC에서 400km가 넘는 인증을 받았던 푸조 e-208과 e-2008이 국내서 각각 244km와 237km를 기록한 주 원인이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실제 수도권 도로에서 여러번 실주행을 했지만 환경부 인증보다 10~20%까지 더 나왔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결국 NEDC, WLTP, EPA, 환경부 순으로 인증 주행가능거리가 감소한다. 전기차를 소유한 대부분 소비자들은 “인증 거리에 비해 실주행 거리가 더 잘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한불모터스가 푸조 e-2008을 출시하며 한 “실주행에선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는 언급이 과장된 마케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한다. 보다 정확한 주행거리 측정 보완이 필요할 때다. 현재와 테스트가 지속된다면 제조사는 전기차를 출시할 때마다 ‘실주행거리가 인증된 주행거리보다 길다’고 홍보할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는 정보가 되는 정확한 주행가능거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