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씨라이언7 참 잘 나가는데…2% '감성'이 아쉽다[타봤어요]

by이배운 기자
2025.10.08 09:30

공간·주행·가격 기대 이상…동급 대비 경쟁력 뚜렷
국내 소비자 감성과는 거리 있는 '사운드'의 아쉬움
무난한 디자인에 넉넉한 실내, 가족용 SUV로 손색없어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잘 나가는 차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술적 완성도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거의 없다. 그러나 기술과는 또 다른 차원, ‘감성’의 영역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BYD가 새롭게 선보인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씨라이언7’을 타고 서울에서 인제스피디움까지 왕복 약 340km 거리를 달려봤다. 결론적으로 씨라이언7은 전기차의 기본기를 충실히 구현하면서도 가격과 공간에서 실속을 확실히 챙긴 모델이었다.

외관은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선에 서 있다. 차체 전체를 감싸는 매끈한 곡선과 단단한 면은 깔끔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인상을 풍긴다. 후면부로 갈수록 루프라인이 쿠페처럼 자연스럽게 내려앉으며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한다. 날렵함과 묵직한 안정감이 공존하는 디자인은 국내 도로 위 흔한 SUV와는 사뭇 다른 개성을 뽐낸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주행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공인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98km. 네이버 지도상 173km의 거리를 달린 뒤 살펴본 계기판 상 배터리 잔량은 168km가 줄어 있었다. 전비는 5.5km/kWh. 고속 주행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달린 결과임을 감안하면 꽤 안정적인 수치다. 배터리 게이지가 예상 범위 안에서 줄어드는 것을 보며 전기차 특유의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은 한결 누그러졌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30mm, 전폭 1925mm, 휠베이스 2930mm로 중형 SUV다운 체격을 갖췄다. 2열 레그룸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이 닿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고 파노라마 선루프를 통해 들어오는 채광은 개방감을 배가시킨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실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실내 인테리어는 다른 차에서도 본 적 있는 듯 무난한 수준이다. 시트는 몸을 부드럽게 감싸지만 다소 푹신하고 온기가 감도는 질감이라 장거리 주행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SUV답게 시야는 전체적으로 탁 트였지만 두꺼운 전면 필러가 커브길에서 살짝 시야를 가린다. 때때로 몸을 앞으로 내밀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후방 유리창도 작은 편이라 뒤쪽 시야가 제한적이다. 다만 전방·후방 주차 센서와 서라운드 카메라가 기본으로 제공되고 기능도 충실하게 작동해 주차에서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센터페시아에는 크고 선명한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았다. 화면은 밝고 반응도 빠르다. 하지만 물리 버튼이 거의 사라져 대부분의 기능이 터치스크린 안에 숨어 있다. 미니멀한 디자인은 세련되게 보이지만, 주행 중 손끝으로 메뉴를 찾아야 할 때면 순간적으로 시선이 빼앗기는 불편함이 생긴다.

주행 성능은 씨라이언7의 진가다. 최고 출력 313마력, 최대 토크 38.7kg·m. 정지 상태에서 단 6.7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순간 등 뒤로 힘 있게 밀어붙이는 전기 모터 특유의 탄력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최고 속도는 215km/h. 차체가 큰 SUV임에도 저속과 중속에서 실내는 놀랄 만큼 조용하고 진동 억제도 훌륭하다. 풍절음은 바깥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듯 희미하다. 보닛 라인이 낮아 전방 시야도 시원하게 열려 있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가격 경쟁력은 이 차의 가장 큰 무기다. 이 정도 체급과 성능을 갖추고도 가격은 4490만원. 동급 내연기관 SUV와 큰 차이가 없으며, 수입 전기 SUV가 대부분 5000만~6000만원 이상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여겨볼 만하다. 400km 안팎의 주행거리와 300마력대 출력을 갖춘 SUV를 4000만원대 초반에 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속형 소비자에게 강한 매력을 전한다.

그럼에도 감성적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적인 것이 ‘소리’다. 시동을 걸 때 울려 퍼지는 웰컴음과 주행 중 간간이 들려오는 알림음은 다소 투박하고 단조로운 인상을 준다. 정체불명의 현악기 음색과 방향지시등 전자음은 낯설기만 하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차·기아가 전자음악 작곡가와 손잡고 미래적이고 은은한 톤을 구현하거나, 메르세데스와 아우디가 주행 모드에 따라 우주선 같은 전자음을 더해 감각적 경험을 확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BYD도 나름의 시도를 했겠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최신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 대신 묘한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인과 성능은 세련됐으나 정체불명의 사운드가 감각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며 때로는 ‘중국차’라는 선입견을 떠올리게 한다. 장거리 주행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상황에서는 이 작은 소리가 켜켜이 쌓이며 불만으로 이어진다.
BYD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소프트웨어적 미완성도 눈에 띄었다. 블루투스로 음악을 재생하면 1분 간격으로 툭툭 끊기는 현상이 주행 내내 반복됐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달려야 하는 장거리 주행에서 이 불규칙한 단절은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적잖은 불편을 준다.

결론적으로 씨라이언7은 기술적 완성도와 가격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운전자와 차가 함께 호흡하는 감성적 영역에서는 2% 부족한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