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소현 기자
2020.04.22 05:00
지난 6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위 누린 중고차업계
영세 사업자 위주 시장..허위·미끼매물 등 성장 한계
중고차판매업, 5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 결론
규모의 경제로 ‘선진형 모델’..대·중소기업 상생 필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대기업이 하면 다르다.”
대기업 SK는 2017년 사업 확장 제한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손을 뗐지만, 2000년 1월 SK엔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중고차 오픈마켓에 뛰어들면서 이같은 구호를 내걸었다. 실제로 구입해 보지 않으면, 진짜 품질을 알 수 없는 ‘레몬마켓’의 상징인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강조한 것은 ‘신뢰’였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의 해법으로 중고차 시장의 기업화·규모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신의 대명사였던 국내 중고차 시장이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다. 2013년 이후 6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묶여 있던 중고차 판매업이 오는 5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에 따라 대기업의 사업 확대나 진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다른 분야는 선진형으로 발전해 소비자 중심으로 많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중고차 구매에서 소비자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며 “중고차 시장은 지난 6년간 중소기업 업종으로 선정돼 ‘중소기업형 모델’로 성장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정 기능이나 능력의 한계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고차 시장에서 여전히 허위·미끼 매물은 물론이고 성능점검 미고지나 품질보증 미이행 등 소비자 불만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76%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불투명·혼탁·낙후 등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다. 특별한 사안이 없는 이상 정부가 부적합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들어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중소기업벤처부에 제출했다. 소상공인의 매출액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중고차판매업에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이 기존 개인이나 중소기업 전용의 분야에서 대기업도 진출해 소비자를 위한 ‘선진형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국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상무는 “한국의 중고차 시장은 구매자 신뢰 제고를 위한 차량품질 보증 방안, 구매과정에서의 긍정적 경험 등을 확산하고 이를 가능하게 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는 정비, 금융, 보험, 폐차 등 모든 애프터마켓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분야인 만큼 규모의 경제로 키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도록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고차 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상생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업체의 생명은 중고차 매입에 달렸는데 이미 수입차 딜러사들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해 상당 부분을 독식하고 있어 현장에서 수입차 매입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며 “만약 국산차까지 제조사 인증중고차 형태로 관리한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증중고차라는 명분으로 중고차 가격이 높아져 수비자 구매부담은 더욱 늘어갈 것”이라며 “중고차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실질적인 상생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중고차 업계와 진출하려는 대기업 사이에서 정부의 중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중심을 잡고 중고차 업계 간 상생 그림을 함께 그려주고 관리·감독하는 게 중요하다”며 “투명한 중고차 유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 산정표를 통합하는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성능점검업체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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