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더 뉴 트랙스 - 접전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트랙스

by김학수 기자
2017.10.22 09:23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쉐보레의 자동차가 화제가 될 때 늘 나오는 이야기는 ‘소비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혹은 ‘소비자가 원하는 요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글로벌 아키텍쳐, 글로벌스탠다드를 추구해야 할 GM의 환경에서 나오는 아쉬움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효자 상품인 스파크와 중형 가솔린 세단 시장 판매 1위의 말리부 그리고 어느새 점진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트랙스가 온갖 악재가 이어지는 한국지엠의 불안한 행보 속에서도 나름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소형 SUV의 시작 그리고 트랙스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주력 모델은 르노삼성 QM3 혹은 쌍용 티볼리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바로 쉐보레 트랙스가 선두 주자였고, 소형 SUV 시장의 시작을 알린 모델이다. 사실 현재야 최근에 데뷔한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 등이 판매 선두권을 지키며 기존의 소형 SUV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델이 바로 쉐보레 트랙스다.

특히 쉐보레 트랙스는 특유의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하는 파워트레인의 경쟁력과 쉐보레 브랜드 전반에 걸쳐 있는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소형 SUV에서 ‘좋은 대안’으로 확실한 자리를 잡고 있다.

과연 쉐보레 트랙스의 매력은 어디까지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을까?

정통 SUV에 가까운 트랙스

사실 최근 데뷔한 소형 SUV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형 SUV라기 보다는 소형 해치백에 키를 높인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두 스타일의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어도, SUV가 주는 존재감은 분명 해치백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에서 쉐보레 트랙스는 SUV의 감성에 충실한 모습이다.

제원 상으로도 동급에서 비교적 긴 전장(4,255mm)을 시작으로 1,755mm와 1,650mm의 전폭과 전고가 이어지는데 동급 대비 전고가 높은 편이라 SUV 고유의 감성이 확실히 드러난다. 다만 아쉬운 점은 휠베이스가 2,555mm로 다소 짧은 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쉐보레 특유의 경재 모델 대비 다소 무거운 차체(1,415kg) 역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데뷔 초기의 트랙스는 디자인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차량이었다. 특히 명료함이 떨어지고 그저 쉐보레 패밀리룩 요소를 우겨 넣은 그 모습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어려웠다. 그러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더 뉴 트랙스는 이러한 요소를 확실히 탈피했다. 같은 체형을 그대로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전면 디자인으로 최신 쉐보레의; 감성을 완전히 구현해 만족감을 높였다.

쉐보레 말리부, 크루즈 그리고 스파크 등 브랜드의 통일성을 자랑하는 전면 디자인은 트렌디하면서도 SUV 고유의 감성을 강조한 모습이며, 측면에서는 기본적인 구성에서는 변화가 없으나 데뷔 때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륜, 후륜의 클래딩 가드와 볼륨감이 더해진 펜더가 더해지며 강인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특히 후륜 펜더가 만드는 견고한 숄더 라인과 탄탄한 감성의 18인치 알로이 휠이 이상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스키드 플레이트와 소폭의 디자인 변경을 더한 후면 디자인으로 이어지며 소형 SUV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전면 디자인이 대대적으로 바뀐 것처럼 후면 디자인도 많은 변화가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해 보인다.

트랙스,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다

사실 초기 쉐보레 트랙스의 마이너스 요소는 꽤 명확했다. 외형 디자인이 그 하나였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저렴함으로 무장한 실내 공간이었다. 소형 해치백 아베오와 공유를 한 실내 공간은 ‘고급스러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결하고 저렴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직관적인 사용성을 보장한 그 구성도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그 ‘포장’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에 더 뉴 트랙스는 실내 공간의 개선도 함께 이뤄냈다. 투박하고 저렴하게 느껴졌던 실내 공간에는 최신 쉐보레 디자인 테마가 적용되어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선보인 것이다. 디지털 계기판은 아날로그 클러스터와 디지털디스플레이를 조합한 새로운 계기판으로 대체되었고 그리고 보다 고급스러운 마감이 더해진 센터페시아가 중심을 잡는다.

기능적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쉐보레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마이링크가 탑재된 디스플레이 주변에는 가죽과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을 더하는 구성으로 고급스러운 감성을 강조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순정 내비게이션의 부재는 여전히 마이너스 요소이며 최근 신차들이 적용한 ‘조금 더 세련된 쉐보레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지 않은 점이다.

소형 SUV에게 실내 공간은 꽤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2,555mm, 다소 짧은 휠베이스를 가진 트랙스가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도어를 열고 실내를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쉐보레 더 뉴 트랙스의 실내 공간 중 1열 공간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시트는 작은 편이지만 착좌감이나 시야가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한편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여유를 느끼기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막상 시트에 앉아 보면 동급 소형 SUV 중에서 티볼리와 함께 가장 여유로운 2열 공간을 제시하는 차량임을 알 수 있다. 특히 헤드룸이 넉넉한 편이며 시트의 만족감도 좋아 장거리 주행에서도 큰 무리가 없다. 게다가 1열 센터 암레스트 하단부에 220V 파워 아웃렛의 존재는 분명한 강점이 된다.

적재 공간을 보면 356L로 소형 SUV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티볼리나 QM3와 비하면 다소 작은 편이지만 말이다. 대신 폴딩 시의 활용성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6:4 분할 폴딩 2열 시트를 접을 때에는 최대 1,370L에 이르는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풀 플랫 폴딩 1열 조수석 시트의 적용 역시 주요한 강점이 된다.

경쟁 모델 우위를 점하는 트랙스의 파워트레인

쉐보레 더 뉴 트랙스의 보닛에는 이미 유럽 시장에서 오펠 모카를 통해 인정 받은 신뢰도 높은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이와 함께 유로6 규제를 충족시키면서 경쟁 모델 대비 우위를 점하는 출력을 과시한다. 실제 트랙스는 1.6L CDTi 디젤 엔진을 탑재해 4,000RPM에서 최고 출력 135마력과 2,250RPM에서 32.8kg.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Gen 3 6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복합 연비 14.7km/L(도심 13.5km/L, 고속 16.4km/L)의 연료 효율성을 달성했다.

여전히 매력적인, 우위를 점하는 트랙스의 드라이빙

이미 수 많은 시승을 통해 쉐보레 트랙스가 가진 드라이빙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뷔부터 완성도 높은 차체와 파워트레인, 그리고 숙련된 하체 셋업은 디자인과 그 상품성을 떠나 모두가 인정하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승은 최신의 소형 SUV가 출시된 현 상황에서 트랙스의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트랙스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았다. 약간 작게 느껴지지만 시트의 착좌감이 우수하고 시야가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다른 소형 SUV들과는 확실히 ‘드라이빙 포지션’ 역시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이후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니 약간의 진동이 느껴지지만 수준급의 정숙성이 돋보였다. 역시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어 쉬프트 레버를 옮겨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확실히 두터운 토크를 기반으로 하는 묵직함이 느껴진다. 발진 차체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와 동급 대비 무거운 차체로 약간 무게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막상 움직이기 시작하면 곧바로 높은 출력의 여유로 경쾌하고 시원스러운 가속을 이어간다.

특히 RPM이 상승하더라도 그 회전 질감이나 사운드 부분에서도 크게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고 발진, 가속, 고속 주행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넉넉한 토크를 기반으로 하는 여유로운 감성을 계속 이어갔다. 특히 100km/h 전후로 하여 다른 소형 SUV들이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트랙스는 고속 영역까지 부침 없이 계속 가속력을 유지하고, 이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행 질감에 있어서 변속기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트랙스는 최근 경쟁 모델들이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는 다른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를 채택했는데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반응이 만족스럽다. 기민한 가속력을 확보하긴 어렵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해 아쉬움을 느낄 상황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구조적인 아쉬움은 있다. 실제 수동 변속을 위해서는 기어 노브 측면에 위치한 토글 버튼을 조작해야 하는데, 이 버튼의 조작성이 그리 우수하지 않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라고 해도 수동 조작을 할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부분은 브랜드에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량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쉐보레다운 모습이다. SUV라는 특성으로 무게 중심이 다소 높게 느껴지는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루기 좋은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과 노면의 정보 전달 능력이 좋은 편이라 어떤 상황, 어떤 운전자라도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조향에 따른 차체의 움직임도 무척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또한 연이은 조향이나 코너링 중에서 차량의 움직임도 무척 만족스럽다. 자칫 소형 차량들이 주행 감성, 만족감이 부족하는 경우가 많은데 쉐보레 트랙스는 확실히 쉐보레의 혈통을 과시하며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을 과시해 운전자에게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견고한 감성이 돋보이며 차체와 포용력이 넉넉한 서스펜션 등을 바탕으로 한 쉐보레 고유의 세팅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우수한 주행 성능과 안락함 승차감을 자랑한다. 실제 트랙스는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거르고 포용력 높은 하체를 기반으로 하는 여유로운 움직임을 앞세워 현재 데뷔한 소형 SUV 중 가장 완성도 높고 고급스러운 승차감, 주행 질감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더 뉴 트랙스 디젤은 효율성 부분에서도 기대 이상의 면모를 보인다. 트랙스 디젤 오너들의 공통적인 반응 중 하나가 ‘트랙스 디젤의 연비가 무척 좋다’라는 것인데 실제 더 뉴 트랙스 디젤 역시 도심 및 고속 주행 환경에서도 공인 연비를 쉽게 웃도는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한다. 실제로 시승을 하면서도 리터 당 16km 이상의 평균 연비를 매 순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 가치 있는 존재로 돌아온 더 뉴 트랙스

트랙스 디젤의 우수한 주행 성능이나 안전 등과 같은 강점들은 페이스 리프트 이전부터 이미 검증되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출시 초시 시장의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어느새 시장이 커지고, 선택이 폭이 넓어진 지금 확실한 매력과 경쟁력을 가진 트랙스는 어느새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강한 원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과연 이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그 행보를 주목해본다.

좋은 점: 경쟁 모델 대비 우수한 주행 성능과 더욱 매력적으로 돌아온 디자인

안좋은 점: 경쟁 모델 대비 다소 아쉬운 편의 사양과 그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