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귀족노조의 '공감제로 파업'

by이소현 기자
2018.08.21 06:0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또 파업이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7년 연속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일 소하리·화성·광주 공장 등 기아차 국내 전 사업장은 4시간 동안 멈췄다.

파업은 노동자의 기본 권리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판매 부진, 중국의 추격, 환율 하락,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기아차 노조는 ‘나 홀로’ 파업을 강행했다. 위기에 공감대를 형성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노조와도 뚜렷하게 다른 무리한 선택을 했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는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고, 한국GM 노조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4월 임단협을 처리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이뤘다.

기아차 노조는 회사는 어디로 가든 당장 내 이익부터 챙기고 보자는 심리다. 회사의 어려움에는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 기아차 영업이익은 658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3%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억대 급 연봉인 귀족 노동자의 파업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기아차 노조는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평균 임금이 가장 높다. 지난해 기아차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9300만원으로 현대차(9200만원)보다 많다. 그런데도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1만6276원(5.3%) 인상,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 자체뿐만 아니라 노사 관계도 혁신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아차 노조는 이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파업과정을 지켜보노라면 혁신성과 공감능력 모두 찾아보기 힘들다. 파업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은 노조를 향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조의 자업자득이다. 기아차 노사는 21일 재교섭에 나선다. 주변을 둘러보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