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디젤차 50%벽 붕괴…가솔린차에도 추월당해

by노재웅 기자
2017.10.13 05:33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한때 유럽에서 판매 점유율 70%에 육박할 정도로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디젤(경유)차가 2년 전 미국발 디젤게이트 발발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끝없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의 반(反)디젤 정책과 맞물려 주요 제조사들도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어 디젤차의 하락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12일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15개국의 디젤차 시장 점유율이 상반기 기준 지난해 50.2%에서 올해 46.3%로 떨어졌다. 판매량 역시 지난해 상반기보다 15만대가량 떨어진 349만143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솔린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5.8%에서 올해 48.5%로 상승했다. 판매대수는 365만808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만8615대가 늘었다. 디젤차의 시장 점유율이 가솔린차에 뒤처진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디젤차가 줄어든 만큼 가솔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판매도 증가했다. 친환경차는 지난해 상반기 28만9739에서 10만대가량 증가한 39만2954대가 판매돼 점유율도 3.9%에서 5.2%로 상승했다.

ACEA는 최근 유럽 주요 국가들이 디젤차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이러한 디젤차 비중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의 경우 도시별로 노후한 디젤차의 통행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도 디젤차를 퇴출하려는 방안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이 디젤차 퇴출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ACEA 역시 이점을 강조하면서 “전기차 등의 보급률이 낮아지면 디젤차에서 가솔린차로 쏠림 현상이 지속할 것이고,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