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정부 기싸움..`신차배정→경영실사→지원결정` 수순 밟나

by피용익 기자
2018.02.22 04:4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 또는 잔류 가능성 사이에서 GM과 한국 정부의 기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GM이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해 연간 50만대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부는 경영실사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GM이 먼저 한국에 신차를 배정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답변에서 “한국GM이 기존의 불투명한 경영문제를 개선하고 장기투자에 대한 플랜과 고용 안정성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투자에 앞서 그간의 모든 것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먼저 실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방한 중인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전날 신차 2종 배치를 통해 연간 50만대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방안을 밝힌 가운데 나왔다.

엥글 사장은 22일 백 장관과의 면담을 산업부에 요청했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백 장관은 “가시적인 계획을 가지고 만나야 한다”며 당장 만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GM에 대한 경영실사를 실시한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사는 2~3개월 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음달 글로벌 신차 배정을 앞두고 있는 GM이 먼저 한국에 신차 배정을 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처럼 강하게 나오는 이유는 GM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앞서 GM은 호주 정부로부터 2001년부터 12년 간 1조7000억원의 지원을 받고도 2013년 철수해 ‘먹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GM이 한국에 신차 2종을 배치하고 경영 실사에 협조한다면 정부는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차 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지원이 보류되고, 결국 GM은 군산공장에 이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폐쇄를 결정할 수 있다. GM의 한국 철수는 20만명 가량이 영향을 받는 대규모 실직 사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물밑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20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