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키'가 '슈퍼 눈'으로…현대차 비전펄스, 자율주행 히든카드 될까

by이배운 기자
2026.02.05 16:04

현대차·기아, UWB 기반 '사각지대 인지 기술' 확보
100m 반경 10cm 정밀 측위…장애물 너머까지 감지
가격 부담 낮고 악천후 영향 적어…라이다 약점 보완
현대차 "계획은 아직"…센서융합 복잡도·정합성 과제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현대차·기아가 주행 안전 기술 ‘비전 펄스(Vision Pulse)’를 공개한 가운데, 안전 보조를 넘어 자율주행 안정성을 보완·고도화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자동차 문을 열고 잠그는 ‘디지털 키’에 활용되던 UWB(초광대역) 기술이 자율주행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슈퍼 눈’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전 펄스’ 작동 예시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UWB 전파를 활용해 차량 주변 장애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밀 파악하는 첨단 센싱 기술 ‘비전 펄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비전 펄스는 차량에 탑재된 UWB 모듈이 전파를 발산하고, 보행자·자전거·오토바이·다른 차량 등에 UWB 모듈이 있을 경우 양측이 신호를 주고받아 서로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UWB는 다른 전파와의 간섭이 적고 회절·투과 성능이 뛰어나 장애물에 가려진 사각지대에서도 반경 약 100m 범위 내 객체를 10cm 오차 수준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야간이나 악천후 환경에서도 99% 이상의 탐지 성능을 유지하며, 통신 지연 역시 1~5ms(밀리세컨드) 수준으로 짧다는 강점도 있다.

기존 자율주행의 핵심 센서인 라이다(LiDAR)와 카메라는 빛과 시각 데이터에 의존하는 탓에 장애물 뒤편의 물체를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고, 폭우·안개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성능이 대폭 떨어질 수 있다. UWB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비전펄스 버스 설치 앵커(UWB 모듈) 예시 이미지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적용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학계에서는 UWB 기반 기술이 자율주행 성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동의대학교 연구팀은 2D 라이다가 감지하기 어려운 노면 파손이나 위험 구간에서 시스템이 스스로 ‘UWB 모드’로 전환해 안전하게 주행을 이어가는 기술을 실증했다. 아울러 국제 학술지 ‘센서(Sensor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GPS 수신이 불량한 산업 환경에서 UWB가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 측위를 지원하며 자율주행 트럭의 주행 오차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해 카메라·레이다·라이다 등 다양한 센서를 결합해 상호 보완하는 ‘센서 퓨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UWB 기술까지 결합할 경우 주행 안정성과 연속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의 ‘디지털 키 2’ 사양이 적용된 차량에는 이미 UWB 모듈이 탑재돼 있어 별도의 고가 센서를 추가하지 않고도 기술 적용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UWB 모듈을 활용해 고가 라이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UWB 기술이 자율주행에 본격 적용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각 센서 체계에 전파 기반 센서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동기화와 정합성 확보, 시스템 복잡도 증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