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 재진출 데드라인, 3주도 안 남았다…러·우 종전은 언제
by정병묵 기자
2025.12.08 16:26
트럼프 특사 러시아 방문에도 종전협상 교착 상태
현대차·기아, 전쟁 발발 전 점유율 1위…23년 철수
2년 내 되살 수 있는 '바이백' 행사 기한 연말까지
선호도 아직 높아…여러 재진출 시나리오 수립 필요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잃어버린 러시아 시장을 되찾을 수 있을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울며 겨자먹기로 철수했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재진출 기한이 3주밖에 남지 않았다. 러시아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시한이 연말로 다가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 | 현대차가 지난 2023년 12월 철수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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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쪽 협상단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종전 협상을 펼쳤다. 지난 3일(현지시간)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둘은 또 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종전 협상을 펼치고 있다.
미·러·우크라이나 3국간 활발한 접견이 펼쳐지며 종전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영토 및 안보 보장 문제로 미국 쪽과 이견을 보이면서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답답한 심정으로 정세를 살피고 있다. 현대차는 2010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한 뒤 현지에서 승승장구했다. 2020년에는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인수했다.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기준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시장 합산 점유율은 러시아 브랜드 ‘라다(Lada)’, 폭스바겐, 르노, 토요타를 제치고 1위를 달렸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유탄을 직격으로 맞았다. 현대차는 2022년 부품 수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수차례 중단했으며 직원 수를 줄이기까지 했다. 결국 2023년 12월 러시아 철수를 결정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단돈 1만루블(약 14만원)에 넘겼다. 당시 매각 계약에는 2년 안에 공장을 다시 살 수 있는 ‘바이백(Buy-back)’ 조항이 포함됐다. 이 옵션을 실행하려면 올해 12월 안에 재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현지에서 현대 로고를 포함한 상표들을 2034년까지 기한으로 등록했다. 정기적인 지적재산권 등록 차원이지만 연말 바이백 옵션 실행을 앞두고 러시아 재진출을 준비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승용차) 생산량은 2021년 140만대에서 2024년 74만대로 감소했으며 단기 내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철수 시설을 통해 자체·위탁 생산하고 있지만, 원래 글로벌 제조사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틈을 타 체리자동차, 만리장성차 등이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지 소비자들의 현대·기아차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에 재진출만 가능하다면 대미 자동차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제3시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재진출은 우리 수출 경제를 생각했을 때 반드시 이뤄야 하는 일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기에 신중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재진출 기업에 합작, 기술 공유, 현지화 등 요구 수준을 기존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