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나쁜 익스플로러 재앙..수입차 트래버스 승산있다
by오토인 기자
2019.08.16 11:2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홍성국 기자= 전 세계 승용차 판매량 가운데 SUV 판매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열풍이다. 한국은 레저 문화 바람이 불면서 SUV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했다. SUV는 벌써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60%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모든 세그먼트의 SUV가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SUV 시장은 빠르게 이분화 되고 있다. 현대 코나, 기아 셀토스, 쌍용 티볼리 등으로 대표되는 소형 SUV시장, 현대 팰리세이드, 포드 익스플로러 등으로 대표되는 대형 SUV다. 상대적으로 투싼, 스포티지 등의 준중형급 SUV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수입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은 BMW X7, 아우디 Q7, 벤츠 GLS 등이 치열한 각축을 하고 있다. 수입 대중 브랜드로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사실상 독점이다. 국산은 현대 팰리세이드가 80% 이상 시장을 독주하면서 간간이 기아 모하비, 쌍용 G4렉스턴이 존재감을 알리고 있을 정도다. 수입 대중 SUV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가 곧 출격 예정이다. 쉐보레가 9월 초 트래버스 출시 소식을 알렸다. 사실상 가격대로 보면 트래버스는 익스플로러의 대항마다. 1천만원 정도 저렴한 팰리세이드 고객층 일부도 가져올 수 있다. 올해 연말에는 풀모델체인지한 익스플로러도 출시된다.
트래버스 vs. 익스플로러 vs. 팰리세이드
수입과 국산 대중 브랜드 대형 SUV 3개 모델 제원을 보면 팰리세이드는 경쟁 상대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트래버스는 전장 5200mm 전폭 2000mm다. 두 번째로 큰 익스플로러(기존 모델) 전장 5040mm 전폭 1995mm에 비해 각각 160mm 5mm 크다. 팰리세이드는 전장 4980mm 전폭1975mm로 가장 작다.
반면 총 탑승공간은 트래버스가 가장 크고 팰리세이드가 뒤를 이었다. 총 탑승공간이 트래버스 4485L 팰리세이드 4398L, 익스플로러 4292L다. 외관제원에 비해 팰리세이드의 실내공간이 꽤 넓다. 트렁크 공간도 역시 트래버스가 651L로 가장 크다. 익스플로러 594L 팰리세이드 510L 순이다. 팰리세이드가 익스플로러에 비해 객실 넓이를 키운 탓이다.
엔진은 팰리세이드와 익스플로러가 2개의 엔진 구성으로 선택을 가능하게 해 놓았다. 트래버스는 3.6L 가솔린 단일 모델이다. 연비는 트래버스가 국내 측정기준이 나오지 않아 당장 비교에 무리가 있다. 따라서 미국 쉐보레 사이트를 기준으로 연비를 환산해보았다.
이 결과 팰리세이드가 가솔린 8.9km/l 디젤 11.5km/l로 가장 높았다. 트래버스가 가장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8.5km/l로 뒤를 이었다. 익스플로러는 작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2.3L 엔진의 경우 7.9km/l, 3.5L 엔진의 경우 7.6km/l로 연비가 가장 나빴다.
시트 구성은 팰리세이드만 7,8인승을 선택할 수 있다. 나머지는 7인승 모델이다.
크기에서는 트래버스가, 연비와 선택의 폭에서는 팰리세이드가 우세하다. 신모델 출시가 연말께로 늦어지는 익스플로러는 현재로서는 경쟁력이 없다.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나?
사실 트래버스,익스플로러와 팰리세이드 비교는 어패가 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과정에서 관세는 없더라도 딜러 마진과 국내 지사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10~20%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익스플로러 가격이 팰리세이드보다 15% 이상 비싼 이유다. 트래버스도 동일한 과정을 통해 수입돼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한국GM은 지난달 한국수입차협회에 쉐보레 회원 등록을 했다. 트래버스를 수입차로 구분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래버스는 크기 면에서 팰리세이드보다 한 등급 정도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익스플로러보다도 더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트래버스가 5천만원대 초중반의 익스플로러 가격에 출시한다면 동일 세그먼트 시장을 가져가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적어도 익스플로러가 차지했던 월 500~800대 정도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 큰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트래버스는 국내 대중 브랜드 SUV로 가장 크다. 수입을 합쳐도 더 큰 차량은 X7이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정도다. 게다가 좋은 패키징 옵션을 포함하고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두루 갖췄다. 적어도 팰리세이드 고객 일부와 익스플로러 대다수 수요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0년형 연식 변경 모델 대신 우리나라에 들어올 모델은 2019년형 모델이다.
포드는 신형 익스플로러의 출시를 앞당기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포드코리아는 포드 브랜드를 현재 머스탱과 익스플로러 두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토러스를 비롯한 세단라인과 쿠가는 수익성 저하로 인해 단종시켰다. 머스탱도 극소수 스포츠카 마니아층이 타깃이라 남은 건 사실상 익스플로러 한 모델이다. 그마저도 출시한지 오래돼 각종 편의장비가 부족하다. 옵션이 많은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할 가장 큰 무기가 없는 셈이다. 포드코리아는 지금 사면초가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국내 생산을 통해 비교적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결국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그러나 높은 판매량에 비해 생산 능력이 달려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 7월까지 예약 취소는 2만여 건으로 전체 예약의 1/4 수준으로 알려졌다.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이 역전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 SUV 시장은 자동차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알토란 같은 시장이다. 높은 마진율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8월까지는 팰리세이드가 독주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9월 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는 행복하다. 치열해지는 경쟁 덕에 좋은 품질과 좋은 옵션을 단 SUV를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다. 트래버스 출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