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대체 불가능 귀요미 오프로더..2019년형 지프 레니게이드

by오토인 기자
2019.06.19 14:45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지프 레니게이드는 2014년 국내 첫 선을 보인 후 식을 줄 모르는 SUV 열풍에 힘입어 적지 않은 존재감을 유지하는 FCA코리아의 효자 모델이다. ‘SUV명가’인 지프 브랜드 이미지와 소형 SUV 특유의 접근성, 귀여운 디자인을 무기로 유럽과 홈그라운드 미국에서도 인기다.

꾸준한 인기로 모델 체인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일까? 출시 후 5년이 지난 지금에야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돌아온 2019년형 레니게이드를 만났다. 2.4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얹은 전륜구동 리미티드 모델이다. 범퍼와 그릴 등 외관 일부를 손봐 세련미를 더했다. 내부 편의사양도 일부 강화해 상품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외관은 독보적이다. 누가 봐도 ‘지프’다. 윌리스 지프에서 시작되어 원형 헤드램프와 7-슬롯 그릴로 각인된 지프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지프의 상징인 랭글러의 터프함을 작은 차체에 우겨 넣은 듯 귀여운 모양새다.

생김새부터 본격적인 오프로드의 기운을 뿜어내는 랭글러와는 다르게 도심형 SUV의 형태에 가까워 부담이 훨씬 적다. 도심에서도, 자연에서도 잘 녹아드는 매력적인 외관이다. 넉넉하게 둘러진 스키드 플레이트와 각진 휠 하우스 덕에 든든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시승차의 네이비 컬러가 세련미를 더한다. 군용지프의 비상용 연료통을 형상화했다는 리어램프는 볼 때마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다만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음에도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 쉽지 않다. 이번 모델의 가장 큰 변화는 풀 LED헤드램프와 원형으로 빛나는 LED주간주행등이다. 아쉽게도 시승차인 리미티드 트림은 해당 옵션이 빠졌다. 바이-제논 헤드램프가 장착됐지만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블랙 원톤의 실내에서도 지프 특유의 투박함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재질도 투박하다. 단단한 플라스틱과 우레탄이 쓰였다. 팔이 닿는 도어트림에 넓은 면적의 인조가죽 마감이 들어간 게 그나마 고마울 따름이다. 원형 헤드라이트와 7-슬롯 그릴을 형상화한 로고를 실내 곳곳에 적용해 재미를 더했다.

전동접이식 사이드미러를 넣어놓고 도어 잠금 시 함께 접히는 락폴딩 기능은 빠진 게 역시 미국차답다. 시트는 좌우 볼스터가 솟아오른 세미버킷 타입이다. 지지력이 좋고 쿠션도 부드럽다. 조절은 모두 수동식이다. 투박한 모양새의 스티어링 휠은 림이 두꺼워 쥐었을 때 안정감이 느껴진다. 버튼류의 배치도 직관적이라 조작이 편리하다. 계기판은 색감과 조명이 부드러워 장시간 운전해도 눈이 피로하지 않다. 중앙의 7인치 화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앞서 타 본 랭글러와는 달리 한글화가 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새롭게 적용된 8.4인치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는 상위 차종에 쓰인 것과 같다. 화면비가 와이드는 아니지만 터치감이 좋고 크기가 커 사용하기 편리하다. 한글화가 완벽하다는 것 또한 장점. 내비게이션은 이전에 비해 성능이 많이 개선됐으나 지도에 없는 길이 많은 것으로 보아 정보 반영은 여전히 느린 모양이다. 지상파DMB와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최신 폰 커넥티비티를 지원하는 것도 유용하다.

공조장치 또한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 하단에 별도의 물리버튼이 모두 마련돼 있다. 과한 배려로 느껴질 정도다.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은 오로지 터치스크린을 통해서만 조작할 수 있게 만든 점은 다소 의아하다. 주행 중 자주 조작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물리버튼을 마련하지 않아 어디 있나 한참 찾았다.

기어레버 디자인과 조작감은 역시나 투박하다. 랭글러의 예술적인 후방카메라 화질은 물려받지 못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를 갖췄으나 오토홀드는 없다. 수납공간은 평범한 수준이다. 핸드폰이나 지갑을 놓기 좋은, 가로로 긴 홈을 판 것이 인상적이다. 콘솔박스는 500ml 음료수를 세워 넣을 정도로 깊다.

창문은 1열 상하향 오토, 2열은 내려가는 것만 오토다. 이전에는 랭글러처럼 부분 탈거가 가능한 루프를 장착했으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파노라마 썬루프를 기본 탑재한 것도 달라진 사양이다. 차가 작다보니 개방감이 상당하다. 차광막은 반투명 재질로 은은하게 차량 내부를 비춘다.

뒷좌석은 전형적인 소형SUV 수준이다. 헤드룸은 의외로 넉넉하지만 레그룸은 좁다. 쿠션은 부드러우나 시트의 형상 때문인지 앉았을 때 감싸지는 느낌이 아닌 얹혀있다는 느낌이 든다. 등받이 각도 또한 곧추서 있는 편으로 장거리 탑승에는 불편이 따랐다. 뒷좌석 센터터널이 낮게 설계됐지만 좁은 레그룸으로 가운데 앉은 승객은 편치 않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USB 포트를 1개 장착한 것과 2열 승객 머리 위까지 뻗은 파노라마 썬루프로 개방감이 상당히 좋은 것은 장점이다.

트렁크 용량은 524L다. 수치상 큰 편이지만 실제 공간은 동급 소형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단 트렁크 하단을 깊게 파 물건을 더욱 용이하게 적재할 수 있게 했다. 덮개를 떼어내면 긴 짐을 세로로 세워 넣을 수도 있다. 여기에 뒷좌석 6:4분할 폴딩을 지원하고 트렁크 매트의 단을 높여 풀-플랫 역시 가능하다.

가까운 임도를 찾았다. 높은 차고와 넉넉히 둘러진 스키드 플레이트로 전륜구동 모델이지만 거친 길에서도 든든함이 느껴졌다. ‘키만 큰 해치백’ 느낌의 동급 소형SUV에서는 받을 수 없었던 인상이다. 아무리 작아도 출중한 오프로드 성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는 지프의 고집이 느껴진다.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소비자라면 레니게이드가 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윽고 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2.4L 자연흡기 엔진은 ‘타이거샤크’라는 난폭한 상어의 이름을 딴 것과는 다르게 주행감각이 부드럽다. 일상영역에서는 여유롭지만 고속 진입 시 버거워한다. 이 차급에서는 보기 드문 9단 자동변속기는 민첩함보다는 효율과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느긋한 변속감을 선사한다.

다만 가솔린 엔진임에도 소음이 다소 거세게 유입된다. 타이어나 하부소음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나 A필러 부근의 강한 풍절음은 종종 거슬렸다. 시승차에는 루프랙에 애프터마켓 가로바가 장착돼 고속영역에서 풍절음이 심하게 유입됐다. 그럼에도 지프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질감과 편안한 승차감은 레니게이드의 매력 요소다. 핸들링도 꽤나 출중하다. 코너링 시 약간의 롤은 있으나 의외로 안정감있게 돌아나간다.

전륜구동임에도 복합연비는 리터 당 10km가 나온다. 사흘간 왕복 80km 가량 시내 정체구간을 다니면서 기록한 평균연비는 9.1km/L다. 시승 동안 과격한 주행이 동반됐음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능한 수치다. 으레 소형차급에 기대하게되는 연비가 아닌 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최근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첨단 주행안전장치의 부재는 레니게이드 리미티드의 약점이다. 자동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경고가 있지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다. 최근 출시된 상위 모델인 AWD나 디젤 모델을 구매해야만 적용된다. 이런 것까지 랭글러를 닮을 필요는 없다.

사흘간 함께 한 레니게이드는 편의장비와 연비가 아쉽지만 SUV가 주는 멋을 한껏 품은, 지프의 감성이 돋보이는 차였다. 레니게이드의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대개 실용성 보다는 남다른 패션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비슷한 차급을 고려하면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 레니게이드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코나, 티볼리 등 국내 소형SUV나 비슷한 가격대의 투싼, 스포티지와도 직접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

수입차로 눈을 돌려도 마땅히 비교할 만한 경쟁 SUV가 사실상 전무하다. 비슷한 체급의 미니 컨트리맨은 3,940만원에서 5,900만원 대로 가격차가 큰 편이다. 푸조 2008,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가 그나마 지목되는 경쟁상대지만 두 차종 모두 레니게이드와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다.

특히 여성 고객의 비율이 높다. 랭글러가 의외로 여성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떠올리면 납득된다. 랭글러의 감성을 그대로 옮긴 귀여운 외관과 높은 주행편의성이 여성 고객의 취향을 사로잡았다고 할까. 레니게이드의 수요가 꾸준한 이유다.

한 줄 평

장점: 소형 SUV의 매력을 한껏 살린 디자인과 주행편의성

단점: 급을 초월하는 연비와 가격, 최신 주행안전장치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