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가 5600만대로'…포니부터 전기차까지 현대차·기아 수출史
by정병묵 기자
2025.01.23 06:00
76년 포니 6대 수출부터 작년 누적 5600만대 수출 기염
최다 수출모델은 '아반떼'…작년까지 누적 500만대 돌파
투싼·스포티지·모닝·코나 순…니로·아이오닉5 친환경차도
"미래 전기차 시대도 적극 대응…수출 경제 활성화 주력"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1976년 6월. 남미 에콰도르의 중서부 과야킬(Guayaquil) 항구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회색, 빨간색, 자주색 세단 6대가 내렸다. 1967년 설립해 미국 포드의 모델을 조립ㆍ생산해오던 현대자동차가 첫 고유모델 ‘포니’를 사상 최초로 해외에 수출한 순간이었다. 고작 6대로 시작한 현대차의 수출량은 48년이 지난 2024년 3200만대를 넘어섰다.
국가경제의 핵심 자동차 산업을 견인하는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누적 수출 대수가 5600만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수출 50년, 수출 중심의 국가 경제 발전과 궤를 함께해 온 현대차그룹의 주요 이정표가 된 차량을 살펴본다.
| 1976년 6월 에콰도르의 중서부 과야킬 항구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현대차 ‘포니’가 하역되는 모습.(사진=현대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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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합산 5600만대…아반떼·투싼이 ‘효자’
22일 현대차 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1976년부터 작년까지 누적 3206만3984대를, 기아는 1975년부터 작년까지 누적 2409만6355대를 수출했다. 양사 합산 수출량은 5616만339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수출 자동차는 포니보다 1년 앞선 1975년 기아(당시 기아산업)의 ‘브리사’ 픽업트럭이다. 10대를 카타르에 처음 내보낸 이 차량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도 익숙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수출 차량은 포니다. 포니는 1980년대 중산층의 상징으로 국내 시장의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1978년 연간 수출 1만대를 돌파했다. 1982년에는 수출 국가를 60개국으로 늘렸다. 현대차는 지난해 포니를 쿠페 콘셉트로 복원해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재평가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의 역대 최다 수출 차종은 준중형 세단 ‘아반떼’다. 1990년 1세대 모델 출시 후 2020년 8세대 모델까지 557만1084대를 수출한 스테디·베스트셀링카이다.
아반떼는 1991년 첫 5만6885대 수출을 시작으로 2000년 누적 100만대를 돌파했으며 2022년 기준 누적 500만대를 뛰어넘었다. 파생 모델인 아반떼 N, 하이브리드(HEV) 모델도 수출을 개시했다.
아반떼에 이은 수출 효자는 사륜구동 준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이다. 작년까지 누적 356만12대가 수출됐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투싼은 해외 시장에서 아반떼와 더불어 꾸준히 판매되는 베스트셀링카이다. 2004년 출시와 함께 7만9065대를 수출한 이래 2009년 100만대, 2020년, 300만대를 돌파했고, 2021년부터는 HEV 모델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3세대 모델까지 출시됐다.
3위는 기아 ‘스포티지’로 누적 281만879대를 수출했다. 기아 최다 수출 차종이다. 스포티지는 1993년 345대를 시작으로 2011년 누적 수출 100만대, 2018년 누적 수출 200만대를 돌파한 기아 수출다. 2021년부터는 HEV 모델 수출을 개시했다.
4위는 기아 소형차 ‘모닝’으로 누적 267만4502대를 수출했다. 2004년 9만4673대를 시작으로 2012년 100만대, 2019년 200만대를 넘어섰다. 5위는 소형 SUV ‘코나’로 157만3357대를 수출했다. 코나는 2018년 전기차(EV) 모델, 2019년 HEV 모델 수출을 개시하며 2022년 누적 수출 100만대를 돌파했다.
◇친환경차도 잘 나가…작년 역대 최대 수출 기록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도 베스트셀링카 목록에 오르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친환경차 수출 1위는 기아 ‘니로’로 누적 92만7890대를 해외에 판매했다. 2016년 HEV 모델 2만5951대를 처음 수출한 데 이어 2018년 EV 모델(3929대)도 개시했다.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 5’(27만221대·N 모델 제외), 기아 ‘EV6’(19만8471대) 순이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친환경차 수출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HEV·EV 수출이 전년 대비 3% 증가한 70만7853대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전년 대비 12만대 이상 증가하며 친환경차 수출 성장을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를 굳히며 2위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거시경제 불안과 소비침체 여파로 전년보다 판매가 다소 주춤했지만 723만대를 판매하며, 2위 폭스바겐그룹(903만대)과 격차를 좁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제치고 처음 글로벌 완성차 3위에 오른 뒤 3년 연속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향후 글로벌 고금리·저성장 기조 확산, 보호무역주의 강화,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이 예상됨에 따라 수요에 기반한 유연 생산·판매 체계를 확립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로 대응하고 준중형, 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본원적 제품·브랜드 경쟁력 강화, 유연한 생산·판매 체제 구축, 국내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수출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