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브랜드 앞세운 국산차, 수입 고급차에 '재도전'
by김형욱 기자
2016.06.09 06:00
제네시스, EQ900 이어 내달 G80 출시… E클래스 등 정통 고급차에 도전장
판매 유리하나 가치 창출 면에선 역부족… 컨버터블·SUV 등 차종도 한계
| *벤틀리·롤스로이스 같은 초고가 세단은 제외 *판매량은 쿠페나 컨버터블 같은 파생모델과 AMG(벤츠)·M클래스(BMW)·S시리즈(아우디) 등 고성능 모델 제외 *국산차는 자체 집계(도매) 기준, 수입차는 등록대수(소매) 기준으로 실제와 다소 차이가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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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산차가 고급 브랜드를 앞세워 다시 한번 수입 고급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 지난 연말 선보인 국산차의 첫 고급차 (전용) 브랜드 ‘제네시스’가 그 주인공이다.
출발은 좋은 상황이다. 제네시스의 첫 모델인 대형 세단 EQ900은 지난해 연말 출시 후 올 1~4월 1만1196대(구형 에쿠스 일부 포함) 판매되며 전년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1억원 전후의 최고급 세단이란 걸 고려하면 폭발적인 수치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렉서스 LS 같은 수입 최고급 세단 대신 EQ900을 선택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공교롭게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는 전년보다 약 4% 줄었다. 1~4월을 기준으로 수입차 판매가 전년보다 감소한 건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대형 세단 시장의 국산차 점유율도 약 56%로 모처럼만에 절반 이상이었다. 기아차 K9, 쌍용차 체어맨W 등 일반 브랜드의 대형 세단 판매는 부진했지만 제네시스가 이를 만회했다.
| 지난 2일 ‘2016 부산모터쇼’ 언론 사전공개 행사에서 제네시스 G80(DH 제네시스 부분변경 모델)과 기념촬영 중인 전 벤틀리 디자인 총괄인 루크 동커볼케(오른쪽부터) 현대차 제네시스 디자인 담당 전무와 전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총괄했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담당 전무. 현대자동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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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앞세운 국산 고급 세단 약진에 수입차 ‘주춤’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는 수년 전부터 수입차 방어에 총력전을 펼쳤으나 역부족이었다. 수입차 판매는 2011년 연 10만대를 넘어섰고, 2012년 점유율도 10%를 뛰어넘었다. 고급 세단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소형·SUV 등 차종을 다변화했다. 수입차의 지난해 판매는 24만여대, 점유율은 15.5%다. 4000만원 이상 고급차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현대차는 2013년 프라다와 협업한 ‘제네시스 프라다’를 내놓는 등 모델 다변화에 나섰고 도 10년여 만에 대형 플래그십 세단 K9을 내놨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과 첫 신차 EQ900은 일단 성공이다. 제네시스는 오는 7월 G80(DH제네시스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수입차와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펼친다. G80는 2009년 1세대 제네시스 출시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형 세단으로 군림해 왔다. 가격대도 5000만~7000만원대 전후로 수입차 최대 주력 시장과 일부 겹친다.
G80은 특히 이달 출시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세단 E클래스 10세대 신모델과 비슷한 시기에 맞붙는다. E클래스는 올 1~4월 구형 모델 만으로 고급 중대형 수입 세단으로는 유일하게 5000대 이상 판매된 대표 수입 차종이다. 10세대 신모델은 이미 4000대 이상 계약돼 신·구형을 포함해 올 한해 1만대 이상 판매도 기대된다.
제네시스는 하반기 이후 북미·중국·중동·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 차례로 진출한다. 현재의 내수 경쟁은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전초전인 셈이다.
| 이달 국내 출시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세단 E클래스 10세대 완전변경 신모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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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7시리즈의 브랜드 100주년 기념 한정 모델(왼쪽). BMW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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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SUV 등 라인업 부족으로 가치 창출은 ‘한계’
국산차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고급 수입차와 직접 경쟁할 만한 브랜드가 제네시스뿐인데다 그나마 가솔린 대형 세단 2종뿐이다. 쿠페·컨버터블·SUV에 고성능 모델까지 겸비한 기존 수입 고급 브랜드와는 여전히 ‘가치 창출’ 면에서 한계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국내 판매 모델만 30종 남짓, 가솔린·디젤 등 엔진 구분에 따른 세부 모델까지 포함하면 70~80종에 달한다. 렉서스나 인피니티처럼 상대적으로 라인업이 적은 일본 고급 브랜드도 스포츠카와 SUV를 포함해 10종 남짓의 선택 폭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올 1~4월 4000만원 이상 고급차의 국산차 점유율은 34%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기아차 모하비 등의 선전으로 30%를 밑돌던 지난해보다는 늘었지만 고급차 시장에선 여전히 수입 브랜드가 대세인 셈이다.
제네시스는 내년 중형 스포츠 세단 G70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판매 라인업을 6종까지 늘린다. SUV 신모델과 서브 브랜드 ‘N’을 붙인 고성능 모델 등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차종 다변화와 브랜드 고급화 없인 ‘같은 가격대에 더 넓은 공간과 편의장치를 제공하는 대형 세단’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캐딜락 CT6, 링컨 컨티넨탈 등 미국 고급 대형 세단도 올 하반기 잇따라 국내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제네시스와 수입 고급 브랜드에 낀 다른 국산 브랜드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기아차는 내년 이후 준대형급 쿠페형 세단 신모델(프로젝트명 CK)을 내놓고 K7에서 K9으로 이어지는 고급 세단 라인업을 강화한다. 내부적으론 제네시스처럼 모하비 등 고급 차종을 묶어 고급 브랜드로 만드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 미국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이 연내 선보일 예정인 대형 세단 ‘컨티넨탈’. 포드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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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GM의 고급 브랜드 캐딜락이 새로이 선보일 대형 세단 CT6. GM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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