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보조금, 중국산 전기버스만 키웠다
by박민 기자
2024.07.29 05:30
국산보다 1억원 싼 중국산 전기버스
지난해 신규 등록 54.1%가 중국산
보조금 차등 지급에도 타격 크지 않아
“보조금 촘촘히 재설계, 별도 지원책도”
[이데일리 박민 이다원 공지유 기자] ‘54.1%.’
지난해 국내에 새로 등록된 전기버스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2019년 23.9%에서 단 4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서민의 발’ 버스산업에 중국산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버스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국내 버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은 버스를 탈 때 버스번호만 주시하는 만큼 차량 브랜드나 메이커는 살펴보지 않아 중국산의 시장 점령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중국산의 공습이 거세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령은 ‘정부의 무공해차 도입 목표’와 ‘보조금 정책’에 이어 중국산의 최대 무기인 ‘싼 가격’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 450만대 보급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는 매해 보급 목표를 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중국산 전기차가 이를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는 것이다. ‘보급 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둔 정부가 중국산과 국산 성능구분 없이 보조금을 일괄 지급하다 보니 중국산은 국산 전기버스보다 최대 1억원 넘게 싼 가격만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 배터리 성능과 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에 차등을 주는 쪽으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며 중국산 전기버스 견제에 나섰으나 여전히 중국산 전기버스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버스 등록 대수는 총 43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애초에 중국 현지에서 생산할 때부터 단가가 낮다 보니, 보조금을 낮춰도 타격이 크지 않아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점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전기버스 최대 수요처인 버스 운수회사도 승객 감소에 따른 운영비 절감을 위해 국산보다 가격이 싼 중국산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보조금 차등책만으로는 중국산 전기버스 공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전기버스를 단순히 친환경 차원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국가 산업 측면으로 보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